창고로 전락한 고종황제 침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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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사적 제124호인 덕수궁이 문화재관리국의 '창고' 로 쓰이고 있어 관람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왕이 머무르던 궁원에서 창고로 전락한 곳은 중화전 (中和殿) 오른쪽에 위치한 함녕전 행각. 함녕전은 고종황제 (高宗皇帝) 의 침실로 사용되던 곳이다.

행각안에는 책장.캐비닛.책자와 각종 청소용구 등이 수북이 쌓인 먼지 속에 어지럽게 놓여 있다.

6일 가족과 함께 덕수궁을 찾은 강창선 (姜昌善.38.회사원.경기도광명시하안동) 씨는 "딸 아이가 우리 임금님이 살던 아주 소중한 곳이라는데 왜 깨진 액자가 널려 있느냐고 해 무척 난감했다" 고 말했다.

세균.벌레의 번식이 쉬운 책자 등이 방치돼 있을 경우 행각의 장기보존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궁중유물전시관의 유종호 관리계장은 "행각의 세 곳 출입통로 가운데 한 곳만 개방해 놓고 두 곳은 막아 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창고로 쓰는 것은 아니다" 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문화재관리국 한 관계자는 "지난 96년 문화재관리국이 덕수궁 현 건물로 이전하면서 행각을 책자보관 용도로 쓰고 있다" 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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