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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은 지금 '붉은악마 패션' 물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K대학교 1학년인 이동운 (李東運.19.서울강동구상일동) 군은 얼마전 친구들과 함께 축구국가대표팀 유니폼 복제품을 구입했다.

5일 결전을 위해 프랑스로 출국하는 국가대표팀을 환송할 때 입고 가기 위해서다.

李군은 "월드컵에 나서는 국가대표팀과 일체감을 갖기 위해 유니폼을 구입했다" 면서 "앞으로 국가대표팀 경기때 마다 이 옷을 입고 다닐 것" 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축구 본선경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대표팀 유니폼을 구입하는 10~20대들이 크게 느는 등 축구 유니폼 패션이 인기다.

PC통신 축구동호회에서는 축구 유니폼을 어떻게 하면 싸게 사는지에 대한 질문과 응답이 하루에 수십건씩 쏟아지고 있다.

'붉은 악마' 의 황준하 (黃俊河.28) 총무는 "최근 1백~2백여명의 통신 동호회원끼리 유니폼을 좀 더 싸게 사기 위해 나이키 상점나 동대문상가등에서 공동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고 말했다.

黃총무는 또 "요즘 이들 대부분은 조기축구회나 학교에서 공을 찰 때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하고 있다" 고 전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표팀 패션' 이 인기를 끌자 호텔등 각 업체도 직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시중을 드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1일 오후 6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아일랜드풍 바 '오킴스' .24명의 웨이터.웨이트리스가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유니폼에 무릎양말.축구화까지 신고 음식을 나르고 있다.

주변에 설치된 대형 TV에서는 월드컵 예선 경기 모습이 커다란 함성소리와 함께 나온다.

오킴스의 송영권 (宋永權.41) 지배인은 "본선 경기가 시작되는 6월부터 고객들이 월드컵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축구 유니폼을 입고 시중을 들고 있다" 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노보텔 엠베서더 '그랑아' 바에서도 세계각국의 국가대표팀 유니폼 차림을 한 직원들이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철판두루치기 체인점을 운영중인 제일식품 신촌 체인점에서도 직원복장을 월드컵 유니폼으로 교체했다.

제일식품 관계자는 "등번호 대신 '국가대표 철판두루치기' 를 인쇄했더니 요즘엔 손님들이 주문할때 '국가대표!

두루치기 1인분' 이라고 말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 들려주기도. 이 덕을 톡톡히 보는 곳은 국가대표 공식 스폰서인 나이키등 의류업체. 지난달 21일 시장에 선을 보인 나이키의 국가대표팀 유니폼의 복제품 (소비자가 4만5천원) 은 월드컵 평가전을 거치면서 불과 열흘만에 총 출고량의 25%가 팔려 나갔다.

일반적으로 4~5개월이 지나야 출고물량이 모두 판매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대단히 빠른 것. 나이키의 남기흥 (南基興) 의류담당 차장은 "지난달 말에 열린 체코전 이후 찾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면서 "한달후면 물량이 바닥날 것으로 보여 추가 생산을 준비중" 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초부터 나온 붉은색과 흰색 바탕에 축구공이 그려져 있는 LG패션의 티피코시 티셔츠 (1만2천8백원) 도 덩달아 불티. 이 회사의 이은주 (李垠周.27) 씨는 "판매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전략상품으로 이 옷을 기획했는데 오히려 다른 옷보다 10% 이상 더 많이 팔리고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 동대문시장에 나이키 제품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한 1만원대의 '동대문표' 유니폼도 등장, 호주머니가 가벼운 축구팬의 눈길을 끌고 있다.

건국대 이인자 (李仁子.의상학) 교수는 "이러한 현상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준거집단 (예컨대 축구스타) 을 따르고자 하는 청소년들의 특성 때문에 일어나는 것" 이라면서 "앞으로 월드컵 열기가 뜨거워짐에 따라 또래 집단에서 이탈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미 유니폼을 구매한 친구를 따라서 자신도 사서 입는 '동조구매' 현상이 두드러질 것" 으로 내다봤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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