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사, 해태 빚탕감에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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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해태그룹 정리와 관련, 부채탕감 문제를 놓고 종금사 등 2금융권 채권단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해태 처리과정에서 채권금융기관간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해태그룹 처리방안이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 발표대로 진행될 경우 채권금융기관들은 8천억원 상당의 채무를 탕감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해태제과.유통.음료 등 주력 3사가 기대대로 순조롭게 해외에 매각돼 ^해태제과 7천억원^해태음료 5천억원^해태유통 3천억원 등 1조5천억원을 받게 되더라도 이들 3사의 총부채는 2조3천억원에 달해 나머지 8천억원은 채무를 면제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나마 회수가 가능한 1조5천억원도 담보 유무에 따라 비율을 나누게 되기 때문에 담보가 거의 없는 종금사들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조흥은행이 발표한 해태그룹정리 방안에 따르면 담보가 있는 채권은 70%, 담보가 없는 채권은 30%만 쳐주는 것으로 돼있다.

더구나 1조5천억원으로 잡아놓은 계열 주력 3사의 매각대금이 기대에 크게 못미칠 경우 담보를 갖고 있는 은행권이 7천6백억원의 채권을 모두 회수하고 나면 2금융권은 부실채권만 안게 된다.

주력 3사에만 1조9백억원의 돈이 물린 종금사들은 이를 떼일 경우 부실 채권 규모가 너무 커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며 주채권은행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종금사들은 국제결제은행 (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낮아지는 것을 일시적이나마 막기 위해 해태전자에 대한 출자 전환도 고려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 방안도 정상화후 제3자매각이라는 구도의 전망이 극히 불투명해 결국은 정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채권금융기관들은 지난해 11월 해태가 부도를 낸 후 박건배 (朴健培) 그룹 회장의 개인 재산 확보에도 경쟁적으로 나서 朴회장의 재산은 전부 압류에 들어가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朴회장은 이미 지난해 협조융자를 받으면서 주식포기 각서도 제출했기 때문에 해태그룹이 정리되고 나면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은 물론 개인 재산도 모두 채권금융기관에 내주는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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