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왼손만의 피아노연주 라울 소사 내한독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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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피아니스트에게 손가락은 성악가에게 성대와 같은 존재. 그래서 손가락을 다치기 쉬운 배구나 볼링 경기 따위는 피하는 편이다. 불의의 사고와 함께 무리한 연습과 연주가 손가락 부상을 가져오기도 한다.

비교적 활동량이 많은 오른손이 다칠 확률이 높다. 피아니스트의 꿈이 좌절된 이들은 대개 후진양성에 힘쓰거나 지휘자로 변신한다.

하지만 지난 64년 유럽 순회공연을 강행하다 손가락을 다친 레온 플라이셔 (66) 나 쇼팽의 '녹턴' 전곡 녹음 중에 부상당한 레오폴트 고도브스키 (1870~1938) 처럼 불굴의 노력으로 왼손만으로 무대에 선 피아니스트들도 있다. 양손보다 한손으로 연주하는 것이 더 쉬울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다섯 손가락이 한 순간도 쉴 틈이 없는데다 조그만 실수도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 왼손만을 위한 레퍼토리가 적은 것도 큰 걸림돌이다. 그래서 직접 왼손을 위해 편곡을 하거나 작곡가들에게 특별히 위촉해야 한다.

라벨의 '왼손을 위한 협주곡 D장조' 나 프로코피예프의 '협주곡 제4번' 은 1차대전에 참전해 오른팔에 부상을 입은 오스트리아 태생의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 (1887~1961) 의 위촉으로 태어난 작품.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독주회를 갖는 아르헨티나 태생의 피아니스트 라울 소사 (59.몬트리올음악원 교수) 도 79년 실족 사고로 오른손을 다친 경우. 연주와 함께 지휘.후진양성을 병행하고 있다. 브람스가 편곡한 바흐의 '샤콘 D장조' 와 고도프스키가 편곡한 쇼팽의 '연습곡' 을 비롯, 펠릭스 블루멘펠트의 '연습곡 Ab장조' , 막스 레거의 '연습곡' 등 왼손을 위해 특별히 작곡된 음악과 함께 자신이 왼손으로 편곡한 스크리야빈의 '서주와 녹턴' ,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등을 들려준다.

02 - 722 - 1319.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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