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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적 처방’화두 던진 MB 정치제도 개혁까지 고민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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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박희태 대표(右)와 안상수 원내대표(左) 및 소속 의원들이 6월 임시국회 개회에 민주당이 협조해줄 것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형수 기자]

“근원적 처방이라는 건 현 시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와 국정 쇄신뿐이다.”(정세균 민주당 대표)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뜻을 같이하며 설득과 통합의 리더십을 가진 총리가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개각을 구상해야 한다.”(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정치권이 갑자기 화두 풀기에 몰두하고 있다. 화두의 정체는 이 대통령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인 15일 정례 라디오 연설에서 말한 ‘근원적 처방’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랬다.

“민심은 여전히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져 있다. 상대가 하면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정쟁의 정치문화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에는 대증 요법보다는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접한 한나라당 쇄신특위는 국정 쇄신안을 마련하고서도 대통령 귀국 후로 공개 시기를 늦췄다. 근원적 처방의 정체를 놓고 여권 내에선 분권형 개헌, 행정구역 개편, 선거구제 개편 등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 풀이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왜 근원적 처방을 말했고, 그 처방이란 뭘까.

대통령의 생각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이 근접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는 17일 방송 인터뷰에서 “정치 선진화라는 큰 과제를 중심에 놓고 제도까지 포함한 여러 문제를 깊이 고민해 보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다”고 해 당장 결과물을 내놓을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이 ‘근원적 처방’을 말할 수밖에 없었던 고민의 뿌리에 더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4·29 재·보선 참패에 이은 조문정국, 북한 핵문제 등을 지켜보며 이 대통령은 깊은 고민을 해왔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조문정국, 북한 핵 등 이슈가 터질 때마다 한국 사회는 이념 대립이란 블랙홀로 빠져들곤 한다”며 “국회도 갈등과 대립을 풀기보다 오히려 이런 구조에 편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가 하면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정쟁의 문화” 등의 발언이 이를 지칭한 거라고 한다.

이 대통령의 이런 문제의식은 여당 쇄신파나 야당에서 요구하는 국정 운영 기조의 변화와는 분명한 평행선을 긋고 있다. 문제의 뿌리가 국정 운영 기조보다는 한국 사회의 갈등 구조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홍보기획관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민통합과 정치적인 선진화 부분들은 미진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기본적인 국정 과제나 국정의 기본 축은 흔들림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공교롭게도 ‘근원적 처방’이란 발언에 담긴 이 대통령의 고민과 문제의식은 4년 전과 맞닿아 있다. 좌우 이념 대결과 비판에 시달리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7월 “비정상적인 우리 정치 현실에서 수많은 갈등과 고민을 거쳐 나온 결론”이라며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했었다. 선거구제 개편 등이 제안 속에 담겼다.

물론 이 대통령이 말한 근원적 처방의 밑그림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접근법도 4년 전과는 다르다.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은 기습적이었다. 반면 이 대통령은 고민의 정체를 공개한 뒤 해법이 뭔지를 찾기 위해 여론 수렴에 나서겠다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근원적 처방이란 단순히 정치인이나 정치 행위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 정치문화나 제도를 바꾸는 문제까지 고민하겠다는 뜻”이라며 “의견 수렴에 1~2주는 걸리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박승희 기자 ,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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