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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버거, 예술 한 입 먹어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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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도 예술이 된다. ‘쿡앤하임’의 바비큐 버거가 지향하는 길은 눈으로 먹고, 입으로 감상하는 예술이다.

‘햄버거는 음식이다’. 지당한 말이다. 그런데 아이가 ‘햄버거 먹고 싶다’고 하면 한참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명 정크푸드로 불리는 패스트푸드 햄버거의 그 불편한 인상 때문일 게다. 패스트푸드 햄버거를 ‘정크’라고 부르게 된 건 영양분에 대한 논란보다는 사람 손 대신 기계가 찍어내는 고기패티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요즘 사람 손으로 만드는 ‘수제버거’집이 우르르 생기면서 드디어 버거도 명예회복의 길로 들어섰다. 실은 버거는 고기와 채소가 듬뿍 든 아주 올찬 음식이다. 이 때문에 수제버거는 ‘정크’라는 말을 잊게 한다. 오히려 왠지 먹으면 건강해질 것 같기도 하다. 다소 비싸다. 그런데도 수제버거는 최근 대세다. 어쨌든 햄버거는 우리의 어린 시절을 키웠던 추억의 음식이다. 다양해진 수제버거 집들을 돌아봤다.

글=이가영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엄마 솜씨 버거 서울 홍익대 입구 주차장 사거리 주변의 ‘감싸롱’(02-337-9373)은 매일 아침 들여온 하루치 재료가 떨어질 때까지만 장사를 한다. 호주산 고기에 유기농 채소를 쓴다는 슬로건보다도 묵은 재료가 없다는 게 더 신뢰를 주면서 주중엔 200여 명, 주말엔 300여 명이 꼭 들르는 집이 됐다. 대표 메뉴는 애니멀버거(9100원). 매콤한 칠리소스에 다진 양파를 버무려 패티 위에 얹어 내는 게 특징이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포크포크’(02- 517-5868)의 버거는 유독 작다. ‘미니 버거’다. 김상범 사장은 “작지만 속은 꽉 찼다”고 강조한다. 뉴욕 요리학교인 CIA를 졸업한 그는 직접 구운 빵에 호주산 쇠고기로 만든 패티를 넣고 일반 양상추보다 좀 더 뾰족한 모양의 ‘코스 레터스’와 마요네즈 베이스인 비밀 소스를 넣는다. 대표 메뉴는 포크버거(5500원). 서울 신사동의 파팔리나는 한우 패티만 고집한다. 캐나다 버거 체인점인 ‘트리플오스’는 재료의 신선함을 체크하는 ‘푸드닥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아메리칸’스타일 버거 일명 해방촌으로 불리는 서울 용산동 2가의 ‘자코비’(02-3785-0433)에 가면 “미디엄으로 드릴까요, 웰던으로 드릴까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정통 아메리칸 버거를 내세운 이곳에선 다소 귀찮은 선택을 많이 해야 한다. 고기 굽기 정도뿐 아니라 치즈 종류, 양파의 익힘 여부 등 생소한 질문이 10여 가지나 쏟아진다. 하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느니. 양부터 정통 아메리칸이다. 거의 1.5㎝나 되는 패티는 고기 양만 200g에 달한다. 다양한 맥주도 준비돼 있어 펍과 같은 느낌이다. 김동일 매니저는 “7500원가량 하는 버거의 원가가 5000원이 넘는다. 마진을 맞추기 위해 맥주를 파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아메리칸 스타일을 내세운 버거는 이태원 주변에 많다. 그중 ‘내슈빌’(02-798-1592)은 터줏대감으로 꼽힌다. 이옥희 사장이 해군 장교인 미국인 남편과 함께 1982년에 차렸다. 화산석 위에서 고기를 굽고, 접시에 오픈식으로 나온다. 인테리어는 고급스럽지 않지만 맛은 정통이란 평가를 받는다.

‘아트’ 버거 삼청동 ‘쿡앤하임’(02-733-1109)의 이려은 사장은 미술관 큐레이터 출신이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아트버거. 1만6000원이다. ‘햄버거도 예술작품처럼 우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요네즈와 비트(빨간무)즙을 섞어 만든 소스가 마치 딸기맛 아이스크림처럼 흘러내리는 ‘바비큐 버거’는 먹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윗부분에 빵을 덮지 않고 나이프를 이용해 썰어 먹도록 했다. 박재모 매니저는 “삼청동의 분위기와 미술을 전공한 사장님의 취향이 합쳐져 아트버거가 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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