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파키스탄 '다목적 화해'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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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인도와 파키스탄이 대화 움직임을 보이는 데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우선 양국 모두 '핵능력 과시' 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만큼 핵실험 강행으로 크게 고조된 양국간 긴장을 완화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핵무기 보유결정이 핵공격을 전제로 하기보다 주변국에 의한 안보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측면을 감안한 분석이다. 실제로 인도는 파키스탄 첫 핵실험을 한 직후인 지난달 28일 핵선제공격금지협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파키스탄도 두번째 핵실험 직후 예정된 핵실험이 모두 종료됐다고 밝혀 추가적인 핵실험을 계획하지 않고 있음을 밝혔다. 두번째로는 핵실험으로 야기된 국제사회의 부정적 여론을 수습함으로써 경제적.정치적 타격을 안겨줄 제재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노력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바지파이 인도총리는 현재 긴장완화를 위해 파키스탄과의 회담에 즉각 나서라는 야당과 언론의 거센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일부에선 파키스탄이 핵실험에 성공, 서남아에 '공포의 핵균형' 이 이뤄진 것은 차라리 잘된 일이라는 전제아래 서방의 경제제재에 공동대처하기 위해 파키스탄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파키스탄 제1야당 지도자인 베나지르 부토 전총리도 30일 "양국은 군비경쟁을 감당해낼 수 없다. 파키스탄은 인도와 핵실험 중단 및 핵 선제사용금지협약을 즉각 체결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특히 파키스탄은 서방의 경제제재가 본격화하면 인도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받아 긴장완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5대 핵강국이 장악하고 있는 기존 핵질서를 무력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기존의 핵통제체제가 5대 핵강국의 기득권만을 보호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온 두 나라가 대화를 시작함으로써 기존 핵통제체제에 변화를 시도하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국의 대화에는 여전히 뚜렷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간 분쟁은 기본적으로 종교적 분쟁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 이유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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