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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프랑스 박물관연합 조각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프랑스 파리에 가면 누구나 한번쯤은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다. 인파를 헤치면서 '친절하게' 표시된 화살표를 따라가다보면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도 보고 '밀로의 비너스' 조각상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작품보다는 다른 관람객 뒷통수를 더 자세히 감상하고 나서 발길을 돌리게 된다. 만약 서울에서 루브르뿐 아니라 프랑스 유명 박물관에 소장된 걸작 조각들을 한자리에서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면!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6월 4일부터 7월 29일까지 예술의전당 3층에서 열리는 '프랑스 국립박물관연합 조각전' 에 서구 조각의 역사를 말해주는 주요 작품 1백25점이 전시되는 것이다. 02 - 580 - 1234. 4천년 시공을 초월한 '함무라비 법전비 (碑)' 에서부터 고대 그리스 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밀로의 비너스' 와 '사모트라스의 니케 (승리의 여신)' , 르네상스의 천재예술가 미켈란젤로의 '죽어가는 노예, 반항하는 노예' , 그리고 로댕의 '칼레의 시민들' 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의 33개 주요 미술관으로 이루어진 프랑스 국립박물관연합 (RMN) 소장품 가운데 예술적 가치와 국내 인지도가 높은 작품들이 포함됐다.

물론 루브르나 오르세 미술관의 조각대에서 작품을 떼내어온 것은 아니고 프랑스 소장 예술품 복원의 유일한 권한이 있는 루브르 국립조각아틀리에가 재주조 (물라주) 한 작품들이다. 크기뿐 아니라 세월의 흔적이 만들어낸 파손, 원작이 지닌 재질의 느낌까지 그대로 살려내 한 작품 제작 기간만 3개월 이상 걸렸다.

레진이라는 신소재와 석고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원작과 1% 오차 범위 이내로, 뚝딱거려 대량생산하는 복제품과는 질이 다르다. 프랑스 정부가 주문 목적을 확인한 후 재주조 허가를 내주기 때문에 작품마다 프랑스 정부 공인 인증서가 따라나온다.

비너스는 몇 차례 재주조가 이루어졌지만 다른 전시 작품 반 이상은 처음 주조됐다. 원본 하나에만 가치를 부여하는 풍토에서 이번 전시를 기획한 RMN코리아 홍성일 대표는 "진짜 가짜라는 구분보다는 작품의 정확한 가치 부여가 중요하다" 면서 "이번 전시가 예술을 바라보는 왜곡된 눈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2백년을 맞는 루브르 국립조각아틀리에의 복원작업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전도 함께 연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루브르에 지난 95년 설치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만져보는 조각전' 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

조각의 또다른 감상수단인 촉각을 사용해 '밀로의 비너스' . '사모트라스의 니케상' 축소판과 '달의 여신 셀레나의 말' 등 8점을 점자판 설명문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이 회전판 위에 설치돼 관람객이 작품을 돌리면서 전 부분을 만져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교육적 목적의 '조각 데생대회' 와 '사진촬영대회' 를 열여 관람객들과 상호작용하는 전시를 펼칠 예정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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