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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 지하 핵실험 한 듯” 공식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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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정보 당국이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북한이 2009년 5월 25일 풍계리 일대에서 ‘아마도(Probably)’ 지하 핵실험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폭발력은 대략 수kt”이라고 밝혔다. 또 “(핵실험에 대한) 분석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군인들이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 모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통과를 비난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 사진을 공개하며 이날 집회에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운집했다고 전했다. 집회를 주재한 박재경 인민무력부 부부장은 “미국의 사소한 도발에도 급소 일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이런 미국의 발표에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풀이된다. 첫째, 미국이 핵실험 때 방출되는 크립톤과 제논 등 방사능 물질을 검출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단정적인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 미국은 일주일 만에 방사능 물질 검출을 통해 핵실험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3년 전 핵실험 후 방사능 물질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핵실험장의 지하 갱도를 봉쇄하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미 정보 당국이 ‘지하’ 핵실험이었음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발표가 비록 단정적이지는 않더라도 북한의 핵실험을 사실상 확인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DNI는 2차 핵실험의 폭발력을 ‘수kt’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1kt에 미치지 못했던 2006년의 1차 핵실험 때보다 규모가 컸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핵실험 실시를 공식화해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박을 강화하려는 게 이번 발표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추가 정황 증거 수집 등을 통해 조만간 최종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과 한국·일본 간에 놀라운 통일을 보여 준, 매우 강력한 (대북) 결의가 통과됐다”며 “우리는 이 결의의 이행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도 우려하고 있지만, 핵기술이나 부품이 알카에다 등 테러집단이나 적성국에 넘어가는 것을 더욱 걱정하고 있다. 북한의 핵기술이 다른 나라로 번질 경우 미국의 안전이 그만큼 위협받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북한 핵기술 확산을 차단하는데 공을 들여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안보리 결의안 1874호는 항구나 공항에서 의심스러운 북한 선박이나 항공기가 있을 경우 해당국이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북, 대남 적대행위 중단하라”=미 하원은 15일 본회의에서 북한의 대남 적대행위 중단 및 핵 프로그램 포기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북한에 대해 ▶즉각 남한에 대한 적대적인 발언과 행동을 중단하고 남북 대화에 임할 것 ▶2005년 9·19 공동 성명에 따라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핵을 폐기할 것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 및 1874호를 전면 이행할 것 등을 촉구했다.

또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와 번영에 있어 한·미 동맹의 전략적 중요성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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