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력기금 6000억원으로 증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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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9일 대북정책을 직접 챙기겠다며 팔을 걷었다. 그는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에서 대북 지원에 주로 쓰이는 남북협력기금을 내년에 60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올 규모 1700억원과 비교할 때 엄청난 액수다. 정 장관은 "정책은 예산으로 표시된다"며 "현재의 협력기금 수준은 6.15 공동선언을 심화.발전시킨다는 참여정부의 의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DJ정부 시절 협력기금이 5000억원이었다"며 "이런 사정을 대통령께 직접 말씀드리겠다"는 언급도 했다.

정 장관은 대북 지원 쌀 40만t 중 국산 쌀 10만t의 육로 수송도 예정대로 20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인도적 지원이란 성격을 생각했고, 한번 약속한 것은 지킨다는 차원"이란 얘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에 대해서도 "현재 진행되는 것은 없다"면서도 "약속은 지켜져야 하고 순리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1일 정 장관이 부임한 뒤 힘이 실리자 통일부 직원들은 반기는 표정이다. 러시아와 독일에 통일주재관을 신설하는 방안에 고개를 가로젓던 외교통상부는 반기문 장관이 취임 인사차 직접 정 장관의 방을 찾아와 승낙 사인을 보냈다. 개성공단에 1급 간부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정 장관은 지난주 황하수 기획관리실장과 행자부의 인사관계 실무자를 찾아갔다. "내가 부탁하는 입장이니까 간 것"이라지만 조직관리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는 게 당국자의 귀띔이다.

정 장관은 간담회에서 "여의도에 대한 관심은 접었다"며 대북문제에 주력할 것임을 강조했다. 요즘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다음달 3일 서울에서 열릴 15차 남북 장관급 회담 준비라고 한다. 수석대표로 나설 그는 "앞서의 회담록을 읽어 보니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더라"며 긴장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주 박재규.정세현 전 장관을 만나 장관급 회담 개인교습을 받은 그는 "임동원 전 장관도 제게 겁을 많이 줬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앞으로 매일 오후 서울 삼청동 회담사무국을 찾아가 모의회담 등 채비를 하게 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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