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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살인마' 검거] '죽어도 모르는' 출장 마사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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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출장마사지 업계는 연쇄살인 사건 소식이 전해진 19일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는 영업을 중단했고, 영업을 하더라도 '출장'은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 여성 종업원은 "손님에게 맞거나 돈을 빼앗겨도 신고할 엄두가 안난다"며 "우리끼리는 몸조심하라는 말이 인사가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불법 영업이기 때문에 이 같은 사고가 나도 사실대로 말하거나 경찰에 신고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영철씨에게 희생된 11명의 출장마사지 업체 종업원은 유영철씨가 붙잡히지 않았더라면 살해된 사실조차 영원히 묻힐 뻔했다.

이들 업소에는 가출 여대생이나 카드빚에 쫓겨 숨어든 여성도 상당수라고 알려진다. 이들은 가족과도 자주 연락하는 처지가 아니고, 불상사가 벌어져도 신원 파악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피해자 3명 실종 신고=살해된 여성 11명의 여성종업원 중 권모(24).김모(26).한모(34) 씨 등 3명이 경찰에 가출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그러나 이들 중 2명은 범죄와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경찰이 범죄 피해 여부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실종 사실도 이번 사건의 피해자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 3월 중순, 권씨는 지난달 중순 각각 유영철에게 살해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여성들은 점조직 형태의 보도방을 통해 개인적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경찰로서는 이들의 피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범죄 사각지대= 출장 마사지사 외에도 노래방 도우미, 티켓다방 종업원과 가출 청소년 등 비슷한 처지에 놓인 소외계층이 적지 않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올 1월부터 6월까지 10~30대 여성 가출인은 약 1만4000명에 이른다. 접대부로 신고된 것은 80여건이다. 그러나 신고자가 실종자의 직업을 숨길 가능성이 커 이보다 훨씬 많다는 분석이다.

경찰이 지난 5월 출장마사지처럼 보도방 등을 통해 불법으로 접대부를 고용하는 노래연습장을 단속한 결과 모두 2485개 업체가 적발됐다. 지난 6월 티켓다방 단속에서는 1000여개 업소가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업소가 평균 3~5명의 여성을 고용해 영업을 한다고 쳐도 이번 피해자들과 비슷한 상황에서 일하는 여성은 1만명을 훨씬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방'이란='직업보도(職業輔導)(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취업하려는 사람에게 직업상 필요한 기능을 익히게 하는 일)'에서 나온 말로 윤락여성이나 술집 도우미를 알선해 주는 불법 조직을 일컫는 속칭.

김승현.이경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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