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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살인마' 검거] 유영철, 절도혐의 조사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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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연쇄살인 용의자 유영철씨에 대한 인천 월미도 노점상 살해사건 현장검증이 19일 열렸다. 유씨가 승합차 안에서 노점상을 살해한 뒤 증거인멸을 위해 방화하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인천=신인섭 기자]

부유층 노인과 출장 마사지 여성 등 20명을 살해한 희대의 연쇄살인 용의자 유영철(34)씨가 지난 1월 절도 혐의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붙잡혔다가 풀려났던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경찰은 당시 유씨의 신병을 이틀 동안 확보하면서 조사를 했지만 그가 연쇄 살인 용의자라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채 석방했다.

유씨가 절도 혐의로 체포된 당시는 2003년 9월부터 유씨가 서울 신사동.구기동.삼성동.혜화동 등 네 곳에서 8명의 부유층 노인들을 잇따라 살해한 뒤 전화방 여성과 교제하던 시기였다. 같은 시기 경찰은 유씨의 수배전단을 만들어 일선 경찰서에 대량 배포했으나, 유씨를 체포하고도 신원 등을 대조하지 않았다.

경찰에서 풀려난 유씨는 두달 뒤인 3월 중순부터 출장 마사지 여성 11명을 상대로 엽기적인 연쇄살인극을 벌여 나갔다.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 1월 21일 여자친구로 보이는 30대 여성과 함께 신촌의 모 찜질방을 찾아 손님의 옷장 열쇠를 훔쳐 현금 4만원과 5만원짜리 상품권 등 1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다 종업원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돼 이틀간 조사를 받았다. 유씨는 이때 조사를 받던 중 도주했다가 경찰과 추격전을 벌인 끝에 다시 붙잡혔다.

이에 경찰은 유씨에 대해 특가법상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지휘를 맡은 서울서부지검은 유씨가 훔쳤다는 상품권이 없고 열쇠에도 지문이 묻어있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재조사를 지시하는 바람에 경찰은 유씨를 불구속 입건한 뒤 23일 석방했다.

서대문서 측은 "아무리 전과가 많다고 하더라도 당시 사우나에서 불과 몇 만원 훔친 잡범으로만 파악했다"며 "연쇄살인 용의자 추적 근거가 버팔로 신발과 뒷모습 CCTV 사진뿐인 상황에서 유씨를 살인 용의자로 지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유씨 재판을 담당한 서울서부지법은 검찰에 연락해 "상습 절도 전과가 있는 유씨가 특가법상 절도 혐의를 범했다면 구속사안인데도 불구속 기소한 것은 잘못"이라며 혐의를 구체화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유씨는 이 사건으로 지난 6월 두 차례의 재판을 받았으며, 20일로 재판이 예정된 상태다. 서울서부지법은 19일 "유씨가 연쇄살인 용의자로 구속된 만큼 재판 일정을 미루고 살인사건과 병합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불심검문도 무사 통과=유씨는 올 초 애인과 함께 경북 경주 지역을 여행하다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지구대에서 조사를 받았으나 역시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풀려났다.

이에 앞서 2000년 3월 유씨가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서울 양천경찰서에 체포됐다가 탈주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유씨는 경찰서에서 흉기로 손목을 자해해 병원으로 후송된 뒤 경찰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병원 2층에서 뛰어내려 도망쳤다. 도주 후 유씨는 차량을 훔치는 등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다 검거돼 기소됐다.

임장혁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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