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역동의 히말라야'펴낸 산악인 남선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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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등반은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입니다. 우리는 창의성이 요구되는 등반의 본질을 그동안 너무 왜곡했습니다. 히말라야 등반 35년을 맞아 이제는 이를 바로잡을 때가 됐습니다. " 산악인 남선우 (44.월간 '사람과 산' 편집인) 씨가 최근 국내산악계의 해외원정사를 집대성한 책 '역동의 히말라야' 를 펴냈다.

남씨는 이 책에서 "과정보다 결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몰가치성 때문에 국내산악계는 '도덕적 해이' 에 빠지게 됐다" 고 꼬집으며 그러한 병폐를 막기 위해 "올바른 기록과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고 말한다. 국내산악계는 지난 90년대 들어 순수 해외원정대만 1백개팀이 넘게 됐지만 체계적인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기록보존의 필요성을 느껴 90년부터 자료를 모았으며 93년 집필에 들어갔다. 8년간 2백86개 원정대의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기록을 남기지 못한 원정대의 경우 대원들의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채록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82년 마칼루 (8천4백63m) 를 등정하며 해외원정에 눈을 돌린 남씨는 "그동안 수많은 원정중 88년 에베레스트 단독등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고 말한다. '역동의 히말라야' 는 저자 자신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2백86개 원정대에 참여한 1천5백54명에 이르는 한국산악인들의 집념과 '하얀 산' 을 희구하다 산화한 악우 (岳友) 44명의 희생의 결과" 라고 말하며 모든 공을 산악계에 돌린다.

이번에 펴낸 책은 지난 35년간 한국산악인들이 체험한 영광과 좌절의 대서사시로 '산악단체가 아닌 한 개인이 작업했다' 는 것에 대해 산악계에서는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세준 기자 〈s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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