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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농축 장치는 소형 … 지하 숨기면 탐지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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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이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UEP) 착수’를 선언하며 ‘보이지 않는 핵 보유국’을 예고하고 있다. UEP는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에 비해 기술적 특성상 탐지가 어렵고, 핵탄두 제조도 쉬워 핵무기고를 노출하지 않은 채 핵무장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축 우라늄 운반도 상대적으로 쉬워 플루토늄 핵 계획에 비해 파장이 더 심각하다. 당국자들이 “북한이 마치 옥쇄를 하듯 되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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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 가능한 UEP=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의심 장소로는 평북 천마산의 우라늄 제련 시설, 양강도 영저리 미사일 기지, 자강도 하갑의 군사 시설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우라늄 농축 시설은 사실상 탐지가 거의 어렵다. 플루토늄 핵무기는 외부에 노출되는 원자로·재처리 시설이 필요해 핵 개발을 확인할 수 있다. 영변 5㎿e 원자로의 규모와 가동 기간으로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을 40㎏ 안팎으로 추정하는 게 그 예다. 반면 우라늄 농축 장치인 1∼2m 크기의 원심분리기를 작은 방에 몰아 넣어 지하에 배치하면 바깥에선 알기 어렵다는 게 당국자들의 지적이다. 원심분리기가 소모하는 전기를 인공위성으로 관찰하는 방법도 있지만 원심분리기 시설을 잘게 나눠 북한 전역에 배치하면 그도 쉽지 않다고 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우라늄탄을 개발할 때 누구도 생각지 못하게 유원지 인근의 작은 지하 공장을 만들어 농축 우라늄용 원심분리기를 돌렸다”고 말했다. 은닉성이 특성인 UEP가 성공하면 북한은 핵무장 정도를 가린 채 핵 위협을 구사, 남한과 국제사회의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효과를 얻는다.

◆핵탄두 제조도 용이=함형필 국방연구원 박사는 “우라늄탄은 폭발 구조가 플루토늄탄에 비해 단순해 만들기도 쉽고 핵 폭발 때 성공 확률도 높다”고 설명했다. 순도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만 확보되면 이를 실전 무기화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또 플루토늄탄처럼 핵실험을 거치지 않아도 실전 배치가 가능하다. 미국이 UEP를 심각하게 여기는 이유는 고농축 우라늄이 플루토늄에 비해 방사선 노출이 적어 상대적으로 해외 이전이 쉬운 데다 실제 무기화도 용이해 핵 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라늄 부국 북한=우라늄탄 한 기를 만들려면 고농축 우라늄(U-235) 15∼20㎏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천연 우라늄 3.5t 정도가 필요하다. 정부는 평북 구성·평산 등지에 26억t의 우라늄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최소 4억t이 경제성이 있다고 한다. 북한이 농축 기술을 완전히 습득하고 원심분리기를 돌릴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면 이론적으론 우라늄탄 제조가 무제한 가능하다. 반면 북한의 플루토늄 확보는 한계가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박사는 “영변 원자로를 1년 반 정도 돌려야 플루토늄탄 한 기를 생산할 수 있는 5∼8㎏의 플루토늄을 추출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UEP를 플루토늄 핵 개발의 제약을 극복할 대안으로 삼았다는 지적이 여기서 나온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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