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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두산그룹의 구조조정 성공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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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업의 구조조정은 한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것이다. 기업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업.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내부 운영의 개선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두산의 구조조정 작업도 그런 원칙에서 진행했다.외환위기 이후 많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에 나선 것처럼 두산이 구조조정에 나선 동기도 위기의식이었다.

창업1백주년 (96년 8월) 을 앞두고 95년말부터 "다가올 또다른 1백년의 청사진을 마련하자" 며 추진해온 준비작업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과연 우리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점검해보기 위해 과거 5년치 사업계획과 실적을 검토했다.

당시는 주력사업인 맥주와 양주시장의 경쟁 격화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던 무렵이었다. 계획과 실적의 괴리는 컸다.

투하자산수익률 (ROI) 검토 결과 90년대 초반까지는 사업운영을 통한 가치창출이 낮아도 땅값 상승률이 평균 21%나 돼 이를 보전해주었다. 그러나 이후 90년대 중반까지 땅값 상승률이 평균 3.5%로 안정돼 사업운영을 통한 가치창출이 근본적으로 높은 구조를 갖추지 않고는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는데 경영진이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단순한 자산매각이나 한계사업처분 등의 방법으로는 어려움을 타개할 수 없는 만큼 범그룹차원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매출과 규모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핵심 주력사업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수익성 있는 사업이라도 매각하자는 것이었다. 팔지, 안팔지의 기준은 캐시플로였다.

미래의 수익가치보다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팔기로 했다. 숙원사업.간판기업 등 스스로 만들어낸 '성역' 에도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며 그룹 경영지표도 종전의 성장성과 순이익에서 캐시플로와 ROI로 바꿨다.

지금도 진행중이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무엇보다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사회의 인식이었다. 당시만 해도 계열사나 지분을 내다 판다는데 대한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임직원이나 거래처.대리점 등의 반발도 있었다.인력은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정해 감원과정에서의 "잣대없는 감원은 않는다" 는 원칙을 마련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했다.

외국기업과의 협상 때는 대부분 비밀보장을 요구하는데 중간에 소문이 나는 바람에 상대방에게 이를 해명하느라 늦어지기도 했다. 두산은 지난해말로 1단계 구조조정을 끝내고 현재 2단계 작업을 진행중이다.

당초의 2단계 계획은 23개 계열사를 13개로 줄이는 것이었지만 IMF이후 환경이 엄청나게 달라져 이것 가지고는 어림없다고 판단해 4개사로 줄이도록 강도를 높였다. 규모의 경제도 갖추고 시너지효과도 기대해보자는 의도다.

부채비율도 연내 2백%대로 축소하는 것으로 일정을 당겼다.

박용만 두산그룹 기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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