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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구병도 손씻기로 막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8호 15면

지난달 5일 경기도 수원에서 12개월 된 여아가 엔테로바이러스71형에 의한 수족구병으로 사망한 데 이어, 지난 5일에도 12개월 된 여아 1명이 수족구병 합병증으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신종 플루와 A형 간염이 유행해 걱정이 많은데, 수족구병까지 돌고 있어 자녀를 둔 부모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수족구병(Hand, Foot and Mouth Disease)은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바이러스와 같은 계열인 콕사키바이러스나 엔테로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전염성 질환이다. 콕사키바이러스는 미국 뉴욕주(州)의 콕사키에서 처음으로 이 바이러스를 분리시킨 데서 따온 이름이라고 하며, 엔테로란 용어는 라틴어로 장(腸)을 의미하는데 이들 바이러스가 대변을 통해 전염되는 것과 관련 있다.

수족구병은 원래 온대 지역에서는 여름과 가을에 유행하지만 국내의 온난화 현상으로 봄부터 유행하고 있다. 수족구병은 생후 6개월 이내 젖먹이에게는 드물고 주로 6개월 이후 어린이에게 많이 발생한다. 1~3세의 유병률이 가장 높고, 그 이후로 차츰 감소해 10세 이후에는 드물게 된다.

일반적으로 수족구병은 위험한 질환은 아니다. 특히 콕사키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수족구병은 증상이 경미하다. 대부분의 환자는 의학적인 치료 없이도 7~10일 안에 회복된다.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처음에는 열이 나고 짜증을 부리다 발열 후 1~2일째에 작은 물집이 손바닥·발바닥, 그리고 입안에 생긴다. 때로는 물집이 엉덩이에 나타나기도 한다(엉덩이에도 많이 발생했더라면 수족구둔<手足口臀>병으로 불렸을지도 모른다). 입안의 물집은 통증이 심해 음식을 먹기 힘들게 만들며 아이가 보채게 된다.

합병증은 흔치 않지만 콕사키바이러스 감염의 경우 드물게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수족구병의 또 다른 원인인 엔테로바이러스도 뇌수막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경우 뇌염, 심근염, 소아마비와 유사한 마비 등 보다 심각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고 사망할 수 있다. 최근에 국내에서 사망 보고가 있는 수족구병은 현재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과 같은 엔테로바이러스71형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심각한 합병증은 대부분 1세 이하에서 발생한다. 올해 들어 국내에서 보고된 수족구병 합병증 동반 사례는 총 18건이며(뇌막염, 뇌염, 수막염, 하지마비 등), 이 중 14건이 엔테로바이러스71형에 의해 발생했다.

수족구병에 대한 백신은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물고 있다. 현재로서는 수족구병에 대한 예방접종이나 바이러스 치료제가 없으므로 예방이 제일 중요하다. 수족구병은 상당한 전염력을 가지며 환자의 침이나 물집의 진물 또는 대변 등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발병 후 일주일이 가장 전염력이 강하지만, 대변으로 배출된 바이러스는 수주일까지도 전염성을 유지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고 무엇보다 비누로 손을 자주 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젖먹이에서 수족구병이 드문 것은 모유에 들어있는 락토페린이란 단백질이 면역력을 키워주고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쥐에게 우유의 락토페린을 먹인 결과 엔테로바이러스71형 감염을 억제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한편 수족구병과 유사한 질병으로 수족증후군(hand-foot syndrome)이란 게 있다. 하지만 이는 특정 항암제 치료 후 부작용으로 손바닥과 발바닥이 빨갛게 붓고 저리는 현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수족구병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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