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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2002 월드컵 이후 한국축구는 썩었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축구의 월드컵 7회 연속 본선 무대 진출을 이끈 허정무 감독이 “허 감독은 예선용이었고, 본선은 외국인 감독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는 질문을 받고 “월드컵 본선무대에 가서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지금이라도 기꺼이 대표팀 감독 자리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13일자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허 감독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대주의’때문인지, 아니면 히딩크에 대한 향수 때문이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인에 대해서는 무조적 관대한 것 같다”며 “물론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길 가다가도 외국인만 보면 필요 이상으로 친절하지 않은가. 물론 축구계에서는 남 잘되는 것을 그냥 보지 못하는 속물 근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또‘현 대표팀 감독으로서가 아닌 축구인 입장에서 내ㆍ외국인 감독에 대한 생각을 얘기해 줄 수는 없느냐’는 질문에 “내ㆍ외국인을 가리지 말고, 지금 상황에서 대표팀을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는 게 중요하다. 외국인 감독의 경우도 막연하게 얘기할 게 아니라 (조세) 무리뉴면 무리뉴, 아니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막연히 외국인 감독이 더 낫다든지, 외국인 감독이 맡아야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식의 얘기에는 절대 공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더 이상 히딩크의 4강 얘기는 하지 말자”면서 “2002한ㆍ일월드컵에서는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의 최선을 다해 뛰었고, 여기에 운도 따라줬다. 매번 우리에게 운이 따라 줄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우리는 2002 월드컵을 빼놓고는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적이 없다. 특히 유럽팀과의 조별 예선 경기에서는 단 한 차례도 승리한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는 16강에 오르는 것이 1차적인 목표이고, 이후 운이 따라준다면 4강 신화 재현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허 감독은 북한과의 최종 예선 첫 경기에서 비기고, 연이어 무승부 경기를 했을 때 허 감독의 이름을 빗대어 ‘허무 축구’라며 감독 경질설까지도 나왔었는데 그때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그때는 정말 답답하고, 서운했다. 그러나 마음을 비웠다. 그리고 남은 예선전을 통해 능력이 없다고 판명되면 물러나려고 했다. 그러니 오히려 담담해지더라. 그러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는 ‘우리의 갈 길만을 가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이동국, 이천수, 조재진, 안정환 등 ‘스타 플레이어’들의 대표팀 복귀설에 대해 ““한국축구는 2002년월드컵 이후 정체됐다. 그러다 보니 썩었다. 축구팬들도 동감하실 거다. 2002년 월드컵에, 그리고 다시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 뛰었던 선수들이 기량 발전없이 그대로 대표팀에서 뛴다는 것은 한국축구가 잘못되고 있다는 증거다. 아직도 스타라는 사실만으로 대표선수가 되고 경기에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이동국은 팀에서 골을 넣는 등 재기한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에는 몸놀림이 아직 아니다.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조재진도 마찬가지다. 조재진에게 골을 어시스트해 주는 선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지 아직은 아니다. 절대 그들의 기량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직접 얘기했다. 대표팀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이근호나 박주영보다 훨씬 나은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김남일에게도 직접 얘기했다.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이런 원칙은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본선 무대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고 했다.

문화일보는 또 허 감독의 휴대폰과 집전화 컬러링(통화 연결음)은 ‘마이 웨이(My Way)’였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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