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야당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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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신행정수도특별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데는 한나라당의 힘이 컸다. 당시 국회 과반수의 의석을 갖고 있던 한나라당이 반대했다면 법안은 국회의 관문을 넘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법안 찬성을 당론으로 정했다. 충청권 출신 의원들이 탈당을 거론하며 법안 처리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지도부가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병렬 당시 대표는 얼마 전 "법안을 통과시켜 주더라도 나중에 수도 이전이 추진될 때는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판단은 17대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란 낙관론에서 비롯됐다.

그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열 덕에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다시 제1당이 될 걸로 봤다. 법안을 통과시켜주더라도 17대 국회에서 다수당의 위력으로 수도 이전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 때문에 법안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제2당으로 밀려났다. 그러다 지난달 정부가 사실상의 천도 계획을 발표하자 당황했다. 주요 당직자들은 "행정수도 이전이라고 하더니 무슨 소리냐"며 뒤늦게 문제 삼고 나섰다. 일부 강경파는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했다. 이들 중엔 지난해 핵심당직을 맡아 최 전 대표와 함께 법안 찬성의 전략적 측면을 강조했던 이들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해 특별법안을 졸속으로 통과시킨 데 대해 일단 국민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수도 이전 자체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찬찬히 따져본 뒤 찬반을 정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국회에 '수도권 이전 특위'를 구성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반의석을 가진 열린우리당은 "수도 이전을 막으려면 특별법 폐지 법안을 내라"며 코웃음을 치고 있다.

특별취재팀=김종윤.김영훈(경제부), 강민석.김정하.이가영(정치부), 정형모(메트로부), 이수기(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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