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정상회담]무슨 의제 나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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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영국 버밍엄에서 지난 15일부터 3일간 열린 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등 G8 정상회담에는 '아시아 위기' 가 중요 의제로 등장했다. 아직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아시아 경제위기와 함께 인도 핵실험.인도네시아 유혈폭동 등 돌발사태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상간의 사교장이 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버밍엄 회담장에서는 격론이 벌어지고 국제통화기금 (IMF) 주도의 경제위기 해결책에 대해서도 상당한 우려가 나왔다.

◇ 인도 핵실험 = 정상들은 공동 비난성명을 발표했지만 제재조치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미국은 일본.캐나다와 함께 파키스탄의 보복 핵실험 가능성을 우려하며 인도에 대해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영국.프랑스.러시아는 제재를 반대했다.

인도가 영 (英) 연방의 일원이란 점을 의식, 토니 블레어 총리는 비난성명이 나온 직후 총리실 대변인을 통해 "G8이 공동으로 경제제재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고 불끄기에 나섰다. 96년까지 여섯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강행했던 프랑스도 제재에 소극적 입장이고 러시아는 미국의 일방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외면하는 태도를 취했다.

핵확산 방지를 외교의 최우선 정책으로 내건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독일 방문길에서 인도 제재조치를 발표해 극적 효과를 노렸으나 정상회담에서 각국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해 낙담한 표정을 지었다.

◇ 인도네시아 사태 = 유혈폭동.경제위기 해결을 위해 국민.정부 양쪽의 자제를 요청하고 정치개혁을 단행하라는 특별성명을 채택했다. G8의 요구는 두가지다.

인도네시아가 IMF와의 합의를 토대로 경제개혁을 착실히 실시하고 동시에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정치개혁을 단행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수하르토가 물러난 뒤의 대안 부재로 더 이상의 구체적 주문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가장 큰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일본이 좀더 책임있게 인도네시아사태에 개입할 것을 비공식적으로 촉구했다.

◇ 아시아형 경제위기 재발 방지 = 참가국 정상들은 경제위기 해결에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데 합의했다. 또 국제 금융시장의 도덕적 해이 (모럴 해저드) 를 방지하기 위해 신흥개도국 채권시장에 과다하게 투자한 채권자측의 책임도 함께 추궁하고 파생금융상품 등 고수익.고위험 금융거래에 대한 감시대책을 논의했다.

아시아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인 단기자본의 국제적 이동을 감시하기 위해 IMF를 중심으로 한 국제 금융시스템 강화책이 논의됐고 기업회계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국제적 가이드라인을 제정키로 했다.각국 정상들은 IMF식 경제위기 대처방식이 실업.경기침체 등 심각한 사회불안을 초래하는데 대해 비공식적 우려를 표시했다.

◇ 기타 = 총기류.마약.컴퓨터 범죄.테러 등 국제 조직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2000년까지 '국제범죄대책조약' 을 마련키로 했다. 또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 삭감에 개발도상국들의 동참을 요구했고 중소기업의 역할확대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G8 정상들은 일본의 종합경기대책에 대해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었으나 즉각적인 실시를 요구했다. 유럽의 실업문제와 관련, 경제성장이 고용유지.확대의 유일한 길이란 점을 확인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leechulh@red.an.egg.or.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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