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달 전이지만 이 판을 둘 때의 이세돌은 명랑하고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이번 결승전의 백미라고 할 백△의 뼈저린 묘수도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하염없는 장고 끝에 쿵제 7단은 69로 막았다. 이 수는 70의 절단으로 패가 될 게 뻔하고 패가 나면 72 쪽이 팻감 공장이라 흑이 어렵다는 걸 이미 밝힌 바 있다. 쿵제도 그 정도의 수읽기는 끝낸 지 오래다. 다만 그는 뒷맛이라도 남아있는 좌하를 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괴로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국후 이세돌 9단은 ‘참고도’ 흑1, 3으로 두었으면 흑도 충분한 바둑이라고 깜짝 놀랄 발언을 했다. 백2, 4로 귀가 잡히지 않느냐 물으니 5로 나가는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5로 나가면 자체로 축이니까 출혈은 크지만 귀가 산다(5의 귀수에 대한 설명은 내일로 미룬다). 그게 싫다면 맛만 남겨두고 A부터 둘 수도 있다. 아무튼 실전보다는 백 배 낫다는 얘기였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