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연구단지, 투자중단·연구원 정리 등 활력 잃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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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 과학기술의 희망' 인 대전시 대덕연구단지 민간연구소들이 경제한파 속에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눈앞의 효과에만 집착, 장기 승부를 걸어야 하는 연구소에 대한 투자 중단과 함께 연구원들을 대량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덕연구단지에 입주해 있는 민간연구소는 25개. 이들중 대부분이 신규예산 배정도 못받고 '개점휴업' 상태인가 하면 상당수는 이미 직원정리를 했거나 진행 중이다. 한화그룹 종합연구소의 경우 모그룹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한창 때 3백40명에 달했던 직원이 1백70명으로 줄었다. 연구예산도 거의 없어 돈이 안들어가는 연구나 근근이 이어가는 형편이다.

최근에는 회사측이 직원 사택인 2백가구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아 당장 집을 비워주어야 하는 직원들이 전세금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쌍용중앙연구소도 마찬가지. 시멘트.세라믹 두 분야 가운데 시멘트만 남기고 세라믹 분야는 대부분 정리했다.

IMF시대 이후 직원 2백2명중 절반이 넘는 1백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 연구소의 한 박사는 "회사비용으로 유학 다녀온 사람들마저 연구소를 떠나는 형편에 연구 분위기가 조성되겠느냐" 며 "특히 일부 연구원들은 다시 미국.일본으로 돌아가는 등 국가적 두되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 라고 개탄했다.

또 한솔기술원은 이곳에 지으려던 연구소 건물을 기초공사만 해놓은 채 전면 중단했고 한진종합연구원은 연구소 부지 2만여평을 부동산 업체에 매각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애경연구소 역시 지난 연말 시작하려던 건설공사를 전면 보류했고 파워엔지니어링등 6개 벤처기업이 공동으로 지으려던 연구소도 자금난으로 중단된 상태다.

과학기술원 김정호 (金正浩.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주요 연구개발 계획이 전면 취소 또는 보류되고 있다" 며 "기업들의 연구기능 축소는 결국 국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 이라고 우려했다.

대전 = 이석봉 기자

〈factfi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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