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이 아쉬웠지만 … 허정무팀 최종예선 7경기 무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6면

박주영이 후반전 통렬한 오른발 슛을 날리고 있다. 박주영은 이근호와 함께 한국의 투톱으로 나섰다. [연합뉴스]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행을 일찌감치 확정한 한국은 여유가 있었다. 선수들의 움직임도, 벤치의 전술 운영도 그랬다. 박지성(맨유), 박주영(AS모나코), 조원희(위건) 등 유럽파들은 소속 팀에서처럼 빠른 원터치 패스로 경기를 속도감 있게 끌어갔다. 중원에 자리를 잡고 정확한 패스를 넣어준 기성용(서울) 덕분에 한국은 경기장을 넓게 쓸 수 있었다. 다만 결정적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마무리가 아쉬웠다.

한국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0-0으로 비겼다. 4승3무(승점 15)가 된 한국은 조 1위 자리를 지켰다. 승점 1을 추가한 사우디(3승2무2패·승점 11)는 17일 홈에서 북한을 상대로 남아공을 향한 마지막 명운을 걸게 됐다.

◆안정 찾아가는 수비라인=문전처리 미숙과 수비 불안. 한국 축구가 늘 ‘고질적’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던 부분이다. 그 때문에 한국 사령탑들은 늘 가장 안정적인 수비조합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 이날 한국 수비라인에는 김동진-조용형-김형일-이정수가 나섰다. 공격이 좋은 김동진도 좀처럼 오버래핑을 하지 않았다. 중앙수비 요원인 이정수를 측면에 세운 것도 수비 강화 차원이었다. 중앙 미드필더 조원희도 한국 진영에 주로 머무르며 상대의 침투를 막는 데 주력했다. 전반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한국의 수비가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전반 12분 한국 진영 페널티지역 안에서 혼전 중 알샴라니에게 전광석화 같은 터닝슛을 허용했다. 슈팅만큼이나 빨리 골키퍼 이운재가 팔을 들어 막으면서 실점은 하지 않았다. 이운재는 후반 15분에도 역습 상황에서 다시 한번 알샴라니의 슈팅을 선방, 실점 위기를 넘겼다.

◆빠른 공격으로 상대 위협=수비를 두텁게 세운 한국은 기습에 가까운 빠른 공격을 전개했다. 전반 14분 세 번의 터치로 이운재부터 상대 골라인까지 연결된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이운재가 던져준 공은 박지성에게 연결됐고 전방의 이근호에게 빠른 땅볼 패스가 이어졌다. 사우디 수비진이 전열을 갖추기 전에 슈팅 기회까지 이어질 수 있었지만 공 컨트롤이 길어 아웃됐다. 이근호는 빠를 뿐 아니라 공에 대한 무서운 집중력으로 상대를 힘들게 했다. 전반 27분 사우디 수비수는 이근호와 거리가 떨어진 것을 확인한 뒤 골키퍼 쪽으로 공을 몰아갔다. 이근호가 한달음에 다가들었고 수비수는 가까스로 공을 걷어냈다. 상대를 위협하는 것만으로 코너킥을 만들어냈다. 이근호는 후반 33분 빠른 돌파로 막아서던 아티프의 퇴장을 이끌어냈다. 왼쪽 미드필더로 나선 박지성은 자신감 넘치는 돌파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오른쪽의 이청용도 여유 있는 볼 터치와 간결한 슈팅으로 수차례 기회를 만들었지만 번번이 상대 육탄 수비에 가로막혔다.

◆‘문전배달’ 기성용의 위력=킥 능력이 뛰어난 선배들을 제치고 한국의 전문 키커는 막내 기성용이 맡았다. 전반 21분 상대진영 오른쪽에서 띄운 기성용의 프리킥은 공격에 가담한 이정수의 머리로 정확히 향했다. 헤딩 타이밍이 조금 빨랐던 탓에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세워놓고 차는 것만 잘한 게 아니었다. 전반 39분 박지성이 왼쪽 진영에서 긴 크로스를 올리자 반대편의 기성용은 투구를 기다리는 타자처럼 타이밍을 맞추더니 발리슛을 시도했다. 사우디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냈지만 ‘캐넌 슈터’ 기성용의 성장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장혜수 기자

◆월드컵 최종예선 전적(10일)
한국(4승3무)  0 - 0  사우디(3승2무2패)



양 팀 감독의 말

허정무 감독 “이란전도 최선 다할 것”
사우디 감독 “홈에서 북한 누를 것”

▶허정무 한국 감독=반드시 이기고 싶었는데 비겨서 아쉽다. 두바이 원정 이후 시차와 피로감이 있었는데도 선수들이 잘 싸워줬으나 득점 찬스에서 골을 넣지 못했다. 투톱으로 나온 이근호와 박주영은 움직임이라든지 위치 선정은 좋았는데 마무리가 부족했다. 점점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포백 수비라인은 초반 조금 호흡이 맞지 않았는데 후반에는 괜찮았다. 이란과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출전 선수는 훈련 성과를 보면서 결정할 것이다. 프로연맹과 협의해 내년 3~4월 중에 남아공 현지에서 한두 번의 연습 경기를 치르도록 하겠다. 지더라도 강팀과 맞붙으며 경험을 쌓고 싶다.

▶호세 페세이루 사우디 감독=오늘 결과에 아쉬움이 남지만 그런대로 만족한다. 한국은 우수한 경기를 펼쳤고, 우리는 어려움을 겪었다. 초반 시작 25분 동안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한국은 골 찬스가 여러 번 있었는데, 만든 과정이 다 전술적 훈련을 통해 나온 것 같다. 우리 팀에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려운 경기에서 승점 1점을 땄기 때문이다. 이제 리야드로 돌아가 북한과 월드컵 진출을 결정짓겠다. 우리 목표는 승점 4점인데 오늘 1점을 얻었으니 리야드에서 3점을 얻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