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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들도 총을 들었다, 짜릿한 시가전의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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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글·사진 김영주 기자

동호인들이 ‘인제 밀리터리파크’에서 인공장애물을 이용해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좌측에 스나이퍼 하나 올라온다. 정면으로 치고 나갈 테니 엄호하라.”

지난달 말 인제 밀리터리파크에서 벌어진 ‘서든어택 얼라이브 2009’ 프리대회 결승에 참가한 선수가 아군에게 보내는 무전 내용이다. 128개 팀 중 결승에 올라온 두 팀은 인제군민으로 구성된 ‘설악산’과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 소속 ‘화기’팀. 민간인과 군인의 대결이었다. 전반전은 45:41, 설악산팀의 우세. 이 게임은 온라인에서 동시 접속자가 20만 명이 넘는다는 1인칭 슈팅게임의 강자 ‘서든어택 얼라이브’를 그대로 재현한 것인데, 설악산팀은 이 온라인게임의 고수들로 지형지물에 익숙했다. 그러나 체력과 기동력이 좋은 군인팀이 후반전 2~3분여를 남겨 두고 총공세를 펼친 끝에 78:84로 역전 우승했다. 화기팀이 얻은 84점은 상대방을 84번 맞혔다는 것이다. 상대방 5명의 선수는 전·후반 20분 동안 평균 16번 정도 ‘죽었다 살아났다’를 거듭한 것이다. 30도에 육박한 이날 한낮에 벌어진 게임을 마치고 나온 양 팀 선수들은 땀에 절어 있었다.

자갈밭에 18개의 컨테이너박스를 비롯한 다양한 장애물을 설치한 ‘시가전 스튜디오’는 온라인게임의 배경과 흡사하다. 파크 내에는 이런 경기장이 세 개 있다. 또 경기장마다 2층 높이의 관람석이 마련돼 게임 진행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사각사각’. 컨테이너박스 모서리에 바짝 붙어 다가오는 적군의 발소리를 들으며, 레이저건의 총구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는 참가자. 이를 지켜보고 있는 관객 또한 짜릿한 희열을 느끼게 된다.

“환경은 온라인게임과 같지만 땀은 무진장 흘립니다. 20분 동안 리스폰(부활)을 수십 번 해야 합니다.” 우승을 차지한 화기팀 홍순탁 이병의 말이다. 동호인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군 특전사 소속의 한 장병은 “대테러작전을 수행하는 707부대 정도나 이런 훈련장이 갖춰져 있다”며 “군대에서도 보기 힘든 시가전 훈련장을 레포츠로 이용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여기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바이벌 동호인이나 군인들에게만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설악산에 관광 온 주부들이 집에 가기 전 종종 들르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망설이다가 한두 번 총 맛을 본 뒤에는 피 튀기게 싸워요. 총을 쏴 본 적이 없는 주부들이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시설 운영을 맡고 있는 컬처엔터테인먼트 장준수 대표의 말이다.

실제 30~40대로 구성된 설악산팀은 이곳에서 가족 단위 게임을 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박병일(43)씨는 “총 무게가 2㎏ 남짓으로 아이들이 사용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며 “몸에 직접 맞지 않는 레이저총이라 안전하고, 무전기를 통해 전술을 전달할 수 있어 가족 간 팀워크를 다지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인제 밀리터리파크는

3동의 ‘서든어택 얼라이브’ 경기장을 비롯해 BB탄을 사용하는 예전 방식의 서바이벌게임장 한 곳, 그리고 러닝타깃(이동하며 고정된 타깃을 맞히는 사격장) 체험장, 레이저건 체험장(사격장) 등의 시설이 있다. 서든어택 경기장의 이용요금은 1인(30분) 5000원, 러닝타깃 사격장은 탄창 한 개당 1000원이다. 033-461-0141(www.injebatt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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