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아태평화위 어떤 조직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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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의 조선 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金容淳)가 뜨고 있다. 새정부 들어 활기를 띠는 남북교류협력의 독점 창구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리틀엔젤스 예술단과 성균관대 정범진 (丁範鎭) 총장 방북 등 굵직한 사업이 이 창구를 통해 이뤄졌다. 15일로 예정된 정주영 (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의 고향방문도 마찬가지. 지난해 에이스침대의 북한현지공장 합작사업이나 스포츠아트의 남북영상합작 같은 문화사업도 아태평화위를 거쳤다.

때문에 '모든 길은 아태평화위로 통한다' 는 말이 대북교역업자나 교류협력추진 관계자들 사이에 상식이 됐다. 지난해부터 전면에 나선 아태평화위가 이제는 사실상 전권을 장악하고 창구단일화 양상까지 보인다는 게 정부당국의 판단이다.

아태평화위는 본래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조직으로 민간외교를 표방한 기구였다. 김일성 (金日成) 사망 이틀전인 94년 7월6일 북한방송에 첫 등장, 존재가 알려졌다.

당시엔 정체불명의 새 조직 출현에 대북 관측통과 정보기관은 당혹해했고 일부에서는 신설된 대일 전담기구라는 관측도 있었다. 현재 金위원장 아래 송호경.전금철.이종혁 등 3명의 부위원장이 있고 실별로 실장과 실무를 담당하는 참사로 조직돼 있다.

리틀엔젤스 평양도착시 공항영접을 나온 송호경은 외교부 부부장 출신으로 수석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지난 대선때 북풍 공작원인 '흑금성' 의 북측 파트너로 알려진 강덕순 (일명 강순) 도 부실장으로 활동중이다.

북한이 아태평화위에 대해 공식 언급한 것은 지난 95년 2월 김용순이 당시 아태평화재단 김대중 (金大中) 이사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우리 위원회나 귀이사회가 다같이 조선반도와 아태지역의 평화를 위한 단체" 라고 소개한 것이 유일하다. 베일속에 가려져 있던 이 단체는 중국 베이징 (北京) 을 무대로 남북경협과 협력사업에 손을 대면서 김정일 (金正日) 정권의 돈줄 역할을 했다.

황장엽 (黃長燁) 전 노동당 비서가 7일 회견에서 "외화벌이기관 2백30개중 절반은 대남기구가 장악하고 있다" 고 한 것도 이를 지칭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포장만 바꿨지 본질적으로는 대남 선동기구인 조평통 (祖平統) 과 다름이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당국자는 "순수경협기관이 아닌 아태평화위가 '큰장사' 만을 골라 챙기는 상황에 주목, 대책을 마련중" 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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