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수의 버디잡기]턱높은 벙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프로와 주말골퍼의 차이는 무엇일까. 프로는 같은 실수를 두번 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말골퍼들을 괴롭히는 것중 하나가 벙커다.

'온탕냉탕' 식으로 그린 앞 벙커에서 그린 뒤편 벙커로 왔다갔다 하거나 벙커 안에서 두세번만에 탈출하면 그날 라운드는 그것으로 끝이다.

주말골퍼들은 물론 프로도 때로는 벙커 안에서 '철퍼덕' 거리기도 한다.

대회 마지막날 실제 상황도 있었다. 물론 한번 실수후 두번째 벙커샷을 홀인시키며 버디를 잡아내 '역시 프로' 라는 갤러리들의 탄성을 자아냈던 김성호가 대표적이다.

96년 남서울CC에서 개최됐던 매경LG패션오픈 마지막날 4번홀. 파5인 이 홀에서 김의 세컨드샷은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졌다. 회심의 첫 벙커샷은 철퍼덕. 그러나 두번째 벙커샷이 그대로 홀인, 프로는 결코 두번 실수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라운드 기회가 많지 않은 주말골퍼들에게 온탕냉탕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실력을 과신함으로써 낭패감을 곱씹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벙커 턱이 아주 높은데도 불구하고 돌아갈 줄 모르고 직진만을 선택하는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주말골퍼들이 무조건 뒤로 쳐내야 할 벙커를 꼽자면 안양베네스트GC 16번홀이 대표적이다. 이곳에 빠지면 그린이 보이지 않는다.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그린 반대편으로 쳐내는 게 현명하다. 벙커 턱이 아주 높을 경우 샷의 요령은 스탠스와 클럽 페이스를 최대한 오픈시킨 뒤 공의 위치를 왼발쪽에 둔 다음 클럽을 끝까지 휘둘러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모래를 아주 적은 양만 퍼내야 공을 높이 띄울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