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벤츠 합병]파장·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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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3년전 경영권을 장악하려다 실패했던 크라이슬러의 대주주 커크 커코리안은 이번 합병의 최대 수혜자가 될 전망. 13.74% (시가 44억달러 상당) 의 지분을 갖고 있는 그는 합병소식이 전해진 6일 하루동안 주가 급등으로 무려 6억6천만달러의 이익을 챙겼다고.

○…크라이슬러는 극심한 경영난으로 파산 직전에 이르렀던 지난 80년 미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아 금융권으로부터 15억달러를 대출받아 회생의 발판을 마련. 미 정부가 특정 기업에 보증을 서주는 것은 유례가 드문 일이나 크라이슬러에 대한 국민 감정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양사의 합병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자동차업계는 긴장에 휩싸였다. 포드가 마쓰다를 인수한 뒤 부품 공동 개발, 규격 통일을 통해 상당한 비용 절감에 성공한 것을 지켜본 일 업체들로서는 이번 합병이 일본 업계의 경쟁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 이런 위기감을 반영해 7일 도쿄 (東京) 증시에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일제히 약세를 기록.

○…이번 합병으로 서유럽 지역에서 1%대에 머물렀던 크라이슬러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대두되면서 유럽 업체들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 특히 프랑스 르노.푸조, 이탈리아 피아트 등 중규모 업체들은 상호간의 인수.합병이나 전략적 제휴를 적극 모색할 움직임. 피아트와 르노는 버스 제작부문을 통합하기 위한 합작회사 설립 계획을 6일 발표.

○…5각별 (크라이슬러) 과 3각별 (다임러 벤츠) 이라는 비슷한 상징물로 대표되는 양사는 2차대전 당시 연합군과 독일군에 각각 장비를 공급하며 군수물자 전쟁을 벌였던 앙숙 관계이기도.

○…국내 자동차업계의 미.유럽에 대한 중소형 자동차 수출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경제연구소의 이성신 박사는 "GM은 포괄적인 제휴 협상을 벌이고 있는 대우를 통해, 포드는 기아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소형차를 각각 공급받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협상의 고삐를 바싹 조일 가능성이 크다" 고 내다봤다.

뉴욕.도쿄 = 김동균.이철호 특파원, 신성식.김영훈 기자

〈dk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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