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외환위기 수사 막바지에 '임창열 악재' 고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외환위기 수사 막바지에 '임창열 전경제부총리 책임론' 이 불거져 검찰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강경식 전경제부총리.김인호 전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 사법처리가 임박한 시점에서 '林씨도 환란의 책임자' 라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특히 이같은 문제제기가 김영삼 전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데다 林씨가 여권의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거판에 뛰어든 '현역 정치인' 이라는 점을 크게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지난달 22일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林씨는 "지난해 11월19일 부총리 취임 때 金전대통령이나 姜전부총리로부터 IMF 구제금융에 대한 지시나 업무인수인계를 받은 적이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金전대통령이 지난 2일 검찰에 보낸 답변서에서 "林전부총리의 임명을 전후해 세차례나 IMF 지원요청 결정사실을 알렸다" 고 진술한 것이 밝혀짐에 따라 새로운 국면이 조성됐다. 金전대통령의 증언대로 林씨가 IMF행을 알고서도 취임회견에서 "IMF로 반드시 갈 필요없다" 고 발언, 외환위기를 악화시킨 것이 사실이라면 林씨도 환란의 책임선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러나 두사람의 발언차이를 인정하면서도 林씨 문제가 신.구정권간의 갈등 표출 등 정치적 상황으로까지 발전하자 '수사상 필요성' 과 '수사외적 고려' 를 사이에 둔 채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검찰은 공식적으론 "현재까지 林씨나 金전대통령을 다시 조사할 계획이 없다" 며 발을 빼고 있다.

상반된 견해에 대해서도 "두 사람을 다시 조사하지 않고도 다른 방법으로 사실관계를 확정할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 는 입장이다. 한 수사관계자는 "감사원으로부터 수사의뢰된 사람은 姜.金씨지 林씨가 아니다" 며 "지엽적인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외환위기 초래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林씨의 당시 역할에 대한 정확한 경위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수뇌부가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MF 구제금융 신청 협의내용에 대해 金전대통령과 林씨 외에 다른 핵심관련자들의 진술에서도 엇갈리는 부분이 많아 성역없는 치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치적 파장을 고려, 林씨 책임문제에 대해 姜.金씨에 대한 사법처리 마무리 이후에나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외환위기 수사과정 내내 '뜨거운 감자' 로 존재할 것으로 보여 검찰의 태도가 주목된다.

김정욱 기자

〈jw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