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상술]백화점, 음악으로 구매욕구 북돋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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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1일부터 정오~오후4시 사이 매장에 흐르는 음악을 왈츠에서 레게로 바꾼다. '두어 달 왈츠를 틀었으니 지겨울 때도 됐지' 라는 정도로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음악마케팅' 이라는 계산된 상술이 깔려있다.

때 이른 여름날씨에 찌들려 만사 귀찮아 하는 고객을 겨냥해 시원한 느낌의 댄스음악으로 발걸음을 가볍게 해줌으로써 무의식 중에 구매욕구가 되살아나게 하려는 것이다.

이 백화점의 여성의류판매 지도사원 함옥연 (32) 씨는 "지난 달 중순부터 그냥 발길을 돌리는 고객이 많았는데 레게음악을 틀어주면서부터 사지 않을 옷도 입어보고 가는 고객이 훨씬 늘어난 것 같다" 고 말했다.

음악마케팅의 기법은 계절.요일.날씨.시간에 따라 다양하게 개발돼 있다. 봄에는 화사하고 경쾌한 느낌의 왈츠, 여름에는 레게 등 시원한 느낌의 장르,가을에는 고독한 무드에 빠져들게 하는 샹송.칸초네, 겨울에는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발라드가 주로 선곡된다. 주말.세일 등으로 붐빌 때는 고객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빠른 템포의 댄스음악, 고객이 적은 평일에는 느긋하고 조용한 발라드풍 음악을 들려준다.

또 매출이 영 신통찮을 때는 장송곡에 가까운 슬픈 음악을 틀기도 한다. 마음이 착 가라앉고 공허감에 빠지면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은 심리상태가 되고 그게 구매욕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레이스백화점의 경우 하루를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오전에는 느긋한 클래식, 정오~오후 4시까지 나른해질 때 댄스.경음악, 장바구니 주부들로 부산해지는 오후4~7시 무렵에는 조용한 음악으로 허둥대지 않도록 하며, 폐장이 가까워지면 볼륨을 높여 빠른 음악을 틀어줌으로써 망설이는 고객에게 선택을 재촉한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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