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한달째 맞는 일본 금융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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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일본 금융시장이 빅뱅 한달을 맞아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송금.환전수수료가 인하되고 서비스도 다양화되고 있다. 또 금융기관 조직개편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환율 불안으로 인해 외화예금은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료 인하 = 환전수수료의 담합이 깨졌다. 달러당 3엔이었던 환전수수료를 다이와 (大和) 은행이 2엔80전, 지방은행인 아이치 (愛知) 은행이 2엔으로 각각 끌어내렸다. 다른 은행들도 뒤따를 움직임이다.

해외송금 수수료는 로이즈은행 도쿄지점이 일본계 은행의 절반 수준인 건당 2천엔에 새로운 서비스를 개시했다. 송금 서비스는 그동안 지역.금액에 따라 제각각이어서 복마전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자극받아 산와 (三和) 은행도 수수료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외화지폐를 동전으로 바꿔주는 중소 환전업체들도 활기를 띠고 있다. 동전만 전문으로 교환해주는 구라자와 (倉澤) 상사는 고객이 전년보다 6% 늘어났다.

◇외화예금 = 저금리에 싫증난 개인 고객들의 관심이 가장 큰 분야다. 내셔날 오스트레일리아은행 도쿄지점은 최근 한달간 3백24건, 1천2백만달러를 유치했다. 이 은행은 지난 한달간 설명회와 '빅뱅 캠페인' 을 벌이고 연 5%였던 금리를 5.2%로 올려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그러나 4월중 전체적인 외화예금은 주춤거리고 있다. 외화 예금잔고가 매년 50% 이상 급증한 시티은행 도쿄지점은 4월중 잔고가 별로 늘지 않았다. 도쿄미쓰비시은행도 "외화예금의 신규 계약이 전월 대비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고 말했다.

이는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급격한 환율 변동 때문. 엔화 환율이 달러당 1백33엔대에서 1백27엔까지 오르내리자 환차손을 우려한 고객들이 관망 자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기관 조직개혁 = 시중은행들이 각 사업부문을 독립시키는 분사 (分社) 바람이 일고 있다. 후지 (富士) 은행은 법인.개인 고객마다 전문부서를 따로 두고 해외거래.투자업무 담당부문을 계열회사로 독립시켰다. 산와은행도 상업은행부문과 해외분야를 담당하는 두 개의 조직으로 나누었다.

대형 시중은행과 보험사들은 지주회사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빅뱅 한달을 맞은 일본인들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아사히 (朝日) 신문이 최근 2백개사 (社) 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금융빅뱅의 영향으로 ▶부실 금융기관의 도태^일본 경제의 체질 개선▶신경영의 계기 마련 등을 꼽는 기업이 압도적이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leechul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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