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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실습 위주 수업에 실무능력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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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대 평생교육원 평생교육원은 1998년 학점은행제를 도입해 11년째 시행 중이다. 학점은행제 식품조리학과의 호텔외식조리 전공 학생들이 호텔주방장 출신 교수 지도로 감자·양송이버섯을 재료로 한 버섯크림요리 실습을 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학점은행제에 대한 11년 노하우를 가진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이 취업에 필요한 실습위주의 전문 과정을 신설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중 2년 전 신설된 식품조리학과의 호텔외식조리전공은 대학의 학부생과 동일한 교수진이 포진해 있다, 현업에 종사 중인 호텔주방장 등 실력 있는 강사진을 배치해 학생들의 학구열을 고조시켰다.

4일 오전 찾은 천안시 안서동에 위치한 호서대 천안캠퍼스 평생교육원 1층 조리실습실. 쾌적한 분위기에 온갖 조리기구가 놓인 실습실안에는 20여 명의 학생들이 요리실습에 몰두하고 있다. 이 날은 버섯크림요리를 실습하는 날로 감자·양송이버섯 등 재료를 손질하는 학생들의 손끝에서 프로 요리사의 열정이 묻어났다.

요리에 사용되는 식자재는 학생들이 하루 전 재래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직접 고른 싱싱한 채소들이다. 호서대 신석철(41·외식서비스경영학과) 교수는 “조리의 첫 단계는 신선한 식자재를 선별하고 구매하는 능력”이라며 “학기 초 수강생들이 상의해 재료비를 걷고 그 범위 안에서 식자재를 구입한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에는 수업료를 제외하고 재료비로 각 학생마다 30만 원을 받았다. 재료비는 각 학년별 총무학생이 관리하고 학기가 끝나면서 남은 금액은 다시 나눠갖는 형태로 운영된다. 갓 스무 살이 된 신입생부터 40대까지 30명의 학생이 호텔외식조리 전공수업을 듣고 있다. 올해로 2년째를 맞고 있어 학년은 1학년과 2학년뿐이다.

2학년 신재희(24·여)씨는 “평생교육원의 학점은행제를 듣는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많이 우려하셨다”며 “졸업장보다는 조리솜씨와 실무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부모님을 설득시켰다”고 말했다. 신씨는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의 학부생이었다. 학교에 1년을 다녔지만 회의감이 들기 시작해 학교를 그만두고 전문대로 재입학을 했다. 실습위주의 전문대를 찾아 입학했지만 빠듯한 강의 스케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가 학점은행제에 대해 알게 됐다고 했다.

신씨는 “저렴한 수업료가 학점은행제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학점 당 수업료를 계산하기 때문에 얼마나 수업을 신청하느냐에 따라 동료간에도 수업료 차이가 난다. 또 식품조리와 관련된 자격증도 학점으로 인정이 된다. 신씨의 경우 1년간 호서대에 다니며 쌓은 학점이 인정돼 조기졸업도 가능하다. “주방장 출신 교수님들은 전문용어를 주로 사용해 실무교육을 시켜주시는 데 때론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공부를 해야겠다는 욕심을 이끌어 준다”고 말하는 신씨에게서 학점은행제를 선택한 후회는 찾아볼 수 없었다.

호텔외식조리 전공은 학점은행제의 다른 전공과목과 달리 입학 전 전공교수의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사전면접에 대해 신석철 교수는 “호텔외식조리라는 전공 특성상 서비스마인드가 중시된다”며 “인성과 전공의 적응력을 미리 파악해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을 최소화 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학점은행제가 만학의 꿈을 펼치거나 중도에 포기한 학업에 아쉬움이 남는 경우, 새로운 전공분야를 공부하려는 중년층이 많이 이용했다. 하지만 요즘은 수능성적과 관계없이 자신이 원하는 전공 선택과 수강시간도 자신이 계획할 수 있는 등의 장점 때문에 관심이 높다.

문의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041)560-8071.
조민재 인턴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유영기 평생교육원 부원장
“학점은행제 원조격… 그 노하우로 우수기관 뽑혔죠”
취득 학점따라 등록금 차등…본교학생과 혜택 동일
천안시청·경찰서와 협약, 공무원 교육 확대 이바지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은 대학 교수진들이 직접 강의하고 11년간 다져진 학점은행제 노하우로 질 높은 강의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2003년에는 전국 450개 교육훈련기관 중 ‘학점은행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호서대 유영기(47·사진) 평생교육원 부원장을 만나 평생교육원의 장점과 앞으로의 운영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평생교육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2년 호서대학교 사회교육원 평직원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17년을 근무하고 있다. 그 당시 총장(강석규)께서 호서대가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지역주민이 우리대학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보자고 제의했다. ‘뭐가 없을까’고민하다 평생교육을 알게 됐고 관심 갖게 됐다. 현재에는 평생교육이 제2의 직업과 취업교육을 위한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학점은행제를 도입하게 된 이유.

“1998년에 학점은행제를 도입했는데 그 전에는 사회교육원을 운영했다. 사회교육원 시절에는 산업기사 자격증취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조건만 부여됐고 학위를 취득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2년간 열심히 공부한 학생은 물론 학교 측에서도 아쉬움이 많았는데 정부에서 학점은행제 도입을 알려왔다. 그래서 학점은행제를 초기에 도입했다. 학점은행제는 1학기 기준이 아니라 1학점 당으로 등록금을 책정하기 때문에 등록금도 저렴하다. 수업시간도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욕만 있으면 누구나 이수할 수 있는 제도다.”

- 학점은행제 도입 초기에 어려움은.

“초기에 학점은행제 홍보를 위해 고등학교를 직접 찾아 다녔다. 그땐 학점은행제가 정규코스가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에게 사기꾼 취급을 받았다. ‘안되겠다’ 싶어서 그때부터 홍보지에 휴대전화 번호를 남겼다. 1대1로 상담하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이 고민하다 밤늦게도 전화를 하곤 했다. 지금도 학점은행제란 제도를 알리는 방식으로 홍보를 한다.”

- 공무원 학점은행제 운영배경은.

“2008년부터 천안시 등 자치단체와 공동발전을 위한 학점은행제 교육협약(MOU)을 체결했다. 천안시를 시작으로 대전지방노동청 천안지청과 천안경찰서, 한국산업인력공단 충남지사, 천안교육청 등과도 차례로 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은 공무원들의 교육기회 확대를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자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교육협약은 경영학과·행정학과·사회복지학과 학사학위 과정으로 천안시·호서대에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어 부담도 적다.”

- 평생교육원 운영의 주안점은.

“호서대 학부학생과 동일한 복지혜택을 평생교육원 수강생들도 누릴 수 있다. 학생증이 나오기 때문에 도서관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축제도 일반 학생들과 같이 즐길 수 있다. 학점은행제의 경우에는 다년간의 노하우로 인가 받은 수강과목도 다채롭다. 식품조리학이나 미용학, 사이버해킹보안전공은 완벽한 실습시설이 전제되지 않으면 정부의 인가를 받을 수도 없다. 정부의 실사기준에 맞춰 기자재나 조리기구 등을 갖췄고 산학협력관의 고가 기자재도 이용할 수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소외계층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코시안(한국인과 아시안인 사이에서 태어난 2세 또는 아시아 이주노동자의 자녀)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국제결혼을 통한 혼혈아동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 가족을 위한 교육뿐 아니라 필리핀여성을 체계적으로 교육해 방과후 영어교육 교사로 취업을 연결하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모색하고 있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혼혈아동의 엄마가 영어를 가르쳐줌으로써 다문화가족에 대한 인식이 변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학의 평생교육원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학교가 가진 인적·물적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용하느냐에 달렸다. 예전처럼 교양만 가르칠 게 아니라 제2의 직업, 취업을 위한 실질적인 교육에 중점을 둬야 한다.”

조민재 인턴기자

유영기 부원장 약력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 정보경영학 박사수료
·1992~ 호서대 교직원
·호서대학교 학생복지 부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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