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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쓴 만큼 펀드 적립, 마이너스 통장으로 연체 걱정 덜어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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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호 26면

1975년 미국의 주식 거래 수수료가 자유화됐다. 증권사들은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수수료를 잇따라 인하했다. 출혈 수준의 경쟁에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시장은 순식간에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한 시장)이 돼 버렸다. 뭔가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Cash Management Account)다. 메릴린치는 1977년 위탁 수수료 수익 중심의 영업구조 탈피를 위해 CMA를 선보였다. 보통의 증권 계좌에 투자하지 않고 남는 돈을 머니마켓펀드(MMF) 등과 같은 단기 고수익 상품으로 운용하는 기능을 덧붙였다. 여기에 은행 통장의 지급결제 기능을 더하고 수표 발행 및 신용카드 발급도 가능하도록 했다. ‘증권+은행+신용카드(대출)’가 접목된 만능 금융상품인 셈이다.

CMA 신용카드 서비스 경쟁 시작됐다

지나치게 앞서가면 외면받는 법이다. CMA는 출시 초기에는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매매 수수료 수익 올리기에 익숙한 영업 직원들은 CMA를 팔아야 할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계좌 하나로 거의 모든 금융상품 거래가 가능하고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쳐 주는 CMA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져 갔다. 영업 직원들도 CMA 잔액이 늘면 주식이나 채권 상품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그 결과 출시 6년여 만에 CMA는 100만 계좌를 돌파했다. 200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되며 연 6000만 달러 이상의 수수료 수입을 거뒀다. 메릴린치는 1980년 CMA를 특허로 등록했다. 이로써 CMA를 출시하는 경쟁 금융기관들은 5년 동안 계좌당 매년 10달러의 로열티(특허사용료)를 메릴린치에 내야 했다. 1984년까지 CMA 시장은 메릴린치의 독무대였다. CMA라는 ‘블루오션’(비경쟁 시장)을 발판으로 메릴린치는 세계적 금융기관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2004년 CMA가 처음 출시된 이래 현재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이를 취급하고 있다. 초기에는 은행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앞세워 금융시장의 ‘얼리 어답터’(초기 수용자)들을 은행에서 뺏어왔다. 이른바 CMA 1차 대전이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이자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각종 부가서비스를 장착한 체크카드를 선보이며 은행을 상대로 2차 대전을 벌였다.

최근엔 3차 대전의 서막이 올랐다. 은행의 전유물이던 지급결제를 다음 달부터 증권사들도 할 수 있게 되면서다. 증권사들은 이에 발맞춰 CMA 계좌와 연계된 신용카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은행 예치자금 가운데 20조원 정도는 CMA로 옮겨갈 것”으로 분석했다.

3차 대전은 은행을 상대로 한 전면전과 더불어 증권사 간 국지전 양상도 띤다. CMA 진화의 최종 단계라 할 수 있는 연계 신용카드를 앞세워 업계 주도권 장악을 위한 경쟁에 증권사들이 뛰어들고 있다.
 
은행 장점 두루 갖춘 CMA 뜬다
CMA의 강점은 은행 보통예금과 달리 하루만 맡겨도 고수익을 준다는 것이다. CMA는 크게 환매조건부채권(RP)형, MMF형, 종금형 등으로 구분된다. RP형은 은행이 되사 주는 것을 조건으로 발행한 채권(RP)에 투자해 수익을 준다. 가입 때 예수(투자) 기간에 따른 이자가 정해진다. MMF형은 CMA에 들어간 돈을 MMF에 투자해 그 수익을 돌려준다. MMF는 기업어음(CP)·양도성예금증서(CD)·국공채 등에 투자한다. 매일 이자가 바뀐다. 종금형도 MMF형과 투자 원리가 비슷하다. 실적에 따라 이자가 달라진다. 다만 RP형·MMF형과는 달리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증권사가 망해도 정부가 원금을 보증한다. 한때 연 5%에 육박했던 CMA 금리는 현재 연 2.5% 선으로 낮아졌다.

지금까지 CMA는 체크카드만 발급됐다. 잔액 한도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해 무분별한 ‘지름신’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는 있었지만 사용에 불편한 점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 CMA 연계 신용카드가 나왔다. 다음 달부터는 CMA를 통해 자금 결제, 자동이체, 송금,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수시입출금 서비스를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거래시간 제약도 사라진다. CMA가 은행 계좌의 기능을 그대로 흡수한 셈이다.

그러나 은행의 전통 기능인 여신, 곧 대출은 증권사 CMA가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다. CMA로 월급 통장 등 주거래 통장을 바꾸면 대출 금리 우대 등의 혜택은 포기해야 한다. 은행은 거래 실적에 따라 대출 금리를 깎아준다. 신규 주택 구입이나 확장을 생각해야 하는 투자자들로서는 어느 쪽이 더 나은지를 저울질해야 한다. 주로 고금리를 겨냥해 CMA로 갈아탈 생각을 하는 투자자라면 은행권의 ‘스윙’ 계좌를 이용할 만하다. 은행 보통예금에 남아 있는 금액을 자동으로 고금리 계좌로 옮겨주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기업은행의 ‘아이플랜 급여통장’은 잔액이 300만원을 초과하면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으로 운용되는 가상계좌로 옮겨 연 2.3%의 금리를 제공한다. 500만원을 넘어서면 연 2.5%, 1000만원 초과 시에는 연 2.7%를 준다. 급여가 두 달 연속 입금되면 100만원만 넘어도 이자 혜택이 있다.
 
IC칩 부착 카드도 출시 예정
증권사 간 고객 유치전은 다양한 CMA 연계 신용카드 혜택을 앞세워 벌어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달 초 우리·현대·롯데·삼성카드 등 4개 카드사와 손잡고 7종의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CMA 계좌 하나로 신용카드를 업계 최대 수준인 7장까지 발급받을 수 있다. 이 회사의 ‘옥토CMA’ 가입자들에게는 각종 이체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미국달러 표시 RP 환전 서비스도 제공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신용카드에 펀드를 접목시켰다. 신한카드와 제휴해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쌓이는 보너스 현금을 펀드에 자동 투자되도록 했다. 이 회사의 ‘빅플러스GS칼텍스카드’를 발급받아 ▶ 30만원 이상 사용하면 사용금액의 0.7%(7000원 한도) ▶주식형 및 혼합형 펀드 가입금액의 0.1%(3만원 한도) ▶온라인 주식거래 때 수수료의 5%(3만원 한도)를 합산해 매달 최대 6만7000원까지 ‘미래에셋인디펜던스펀드4호’에 자동으로 투자해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준다.

삼성증권은 교통과 쇼핑에서 강점이 입증된 ‘삼성CMA+신세계애니패스포인트’와 ‘삼성CMA+신세계쇼핑플래티넘카드’를 내놨다. 기존 교통비 할인, 쇼핑 무이자 혜택, 놀이공원 할인 등 혜택 이외에도 공모주 청약 한도를 2배로 우대해 준다. 신용카드 출시를 기념해 신규 가입 고객에게는 3개월간 온라인 주식매매 수수료가 10% 할인된다.

현대증권이 출시한 ‘현대CMApro신용카드’는 신용카드마다 현금카드 기능을 부여해 모든 금융기관에서 돈을 편리하게 입출금할 수 있다. 또 기존 체크카드 고객도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를 병행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증권사 오빈영 리테일지원본부장은 “마이너스통장 방식의 신용·담보 대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며 “신용카드 결제일에 잔액이 부족하면 자동으로 대출이 일어나 연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다음 달 신한·기업·우리·현대카드 등과 총 9가지 신용카드를 발급할 예정이다. 신용카드 복제 등 불법 사용 우려를 감안해 특히 보안에 신경을 썼다. 기존의 마그네틱선(MS) 방식이 아닌 집적회로(IC) 칩을 부착한 카드를 내놓기로 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이미 레드오션 조짐이 있는 CMA 신용카드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고금리’라는 정공법으로 투자자 공략에 나섰다. 다음 달 말까지 ‘CMA-서프라이즈’에 가입하는 신규 고객에게는 2개월간 300만원 한도 내에서 하루만 맡겨도 연 4.1%의 수익을 준다. CMA 평균 금리(연 2.5%)는 물론 은행권 특판 정기예금 금리를 웃도는 수준이다. 2개월 후에도 향후 거래실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계속 받을 수 있다.

KB투자증권은 관계사인 국민은행의 국내 최대 판매망을 활용해 CMA 형태가 아닌 ‘KB플러스타통장’이라는 복합금융서비스 상품으로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기존에는 증권 거래 때 따로 입출금용 가상 은행계좌를 만들어야 했으나 이 상품에 가입하면 국민은행 계좌로 바로 돈을 넣고 뺄 수 있다. 주식을 살 때 증거금에 대해서는 매수 대금이 출금되기 전까지 연 4%의 이자를 준다. 연계 신용카드인 ‘KB플러스타 세이브카드’를 발급받으면 사용실적의 최대 4%, 주식매매 수수료 5%가 포인트로 적립된다. 포인트로 고객은 대출이자를 자동 납부하거나 특정 펀드에 추가로 돈을 더 넣을 수 있다. 대출금리도 연 최고 0.3%포인트 할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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