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차고세일]집집마다 열리는 조그만 알뜰시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지난 주말 미 뉴저지주 북부 버겐카운티에 위치한 듀몬트시 (市) .전형적인 중산층 동네인 이 소도시 랜돌프가 (街) 50번지의 수잔 로스 그리스월드 (49) 부인의 집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 지역 무료 소식지인 '서버버나이트 (교외 거주자)' 에 실린 '가라지 (차고) 세일' 광고나 가로수에 붙여놓은 세일 안내판을 보고 몰려든 손님들이다.

"봄을 맞아 대청소를 하려고 보니 집안에 사용하지 않거나 필요없게 된 물건이 너무 많았어요. 정리정돈을 겸해 모처럼만에 가라지 세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17달러 내고 서버버나이트에 광고까지 했지요. "

그리스월드 부인이 이날 집 앞 잔디밭과 가라지 (차고)에 내놓은 중고 물품은 줄잡아 1백20종에 4백여점. 의류, 신발, 접시, 컵,가방, 사진틀, 액세서리, 커튼, 스탠드, 책 등 단골메뉴는 물론 낡은 스키장비 (35달러) 와 골프채 (80달러) 등 '고가품' 도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이 자신과 남편, 자녀 (1남1녀) 들이 사놓고 별로 안썼던 것들이다.

이날 한 히스패닉 청년은 고장난 VTR를 10달러에 사갔다. 그리스월드 부인이 고장난 제품임을 주지시켰으나 그는 고쳐서 쓰겠다고 말하고, 대신 값을 깎아달라고 졸라 당초 책정된 가격 (20달러) 의 반값에 사갔다.

좀 멀리서 왔다는 그는 부유층이나 중산층 마을의 가라지 세일을 잘 돌아다녀보면 좋은 물건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나이 많은 한 부인은 30여년전에 출판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1질 (16권) 을 25달러에 사갔다. 1천달러나 하는 최신판을 사는 것보다는 낫다고 했다.

그리스월드 부인이 이틀간의 가라지 세일에서 벌어들인 돈은 약 9백달러. 집안정리도 말끔히 하고, 적지않게 돈도 벌었다. 손님들도 조금 낡았지만 꼭 필요한 물건들을 새것의 5분의1, 10분의1 가격으로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미국에선 각 가정이 여는 중고물품 세일이 활성화되어 있다. 날씨가 좋은 봄.가을, 특히 5월에는 주말만 되면 동네마다, 골목마다 가라지 세일을 볼 수 있다.

차고에서 열면 가라지 세일, 뜰에서 열면 야드 세일, 이사를 앞두고는 무빙 세일 등 명칭은 조금씩 다르다. 가라지 세일은 근검.절약과 물자재활용이 몸에 밴 미국인들의 '알뜰 시장' 현장이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