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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교육개혁 전쟁'선포 이해찬 교육장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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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교육계가 '개혁태풍' 으로 들썩거리고 있다.국민정부 출범 후 불과 50여일동안 촌지교사 중징계.불법과외 엄단.교수임용제도 개선.2002학년도 대입제도 수술.대학평가 실시 등 굵직한 사안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교육계를 긴장시키고 있다.교육계와 학부모들은 개혁태풍을 주도하고 있는 사상 첫 운동권 출신이자 23년여만의 첫 정치인 출신인 이해찬 (李海瓚) 교육부장관의 속마음을 무척 궁금해하고 있다.

- 李장관에 대해 국민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기대가 큰데요.

"교육문제로 고통받는 국민이 많아서겠지요.대통령의 기대도 꼭 교육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 교육계 현안을 파악하셨나요.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에요. 지난해엔 학부모로 대학입시도 치러봤고 아내 (金貞玉.45)가 딸 (賢柱.19.숭실대 중문과 1년) 이 다니던 서울 삼성고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기도 해 고교 현장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정작 안에 들어와 보니 현안이 상당히 많네요. 교육문제는 여러 사람이 얽혀 있어 일시에 풀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많아요. 그러나 절대 포기할 수 없지요. 국가장래를 위해 교육개혁은 절대명제예요. 교육부 공무원들이 열심인 만큼 할 수 있다는 자심감도 생겼어요. 문제는 교육현장의 개혁세력 양성과 재정 뒷받침이에요. "

- 최근 교육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교육개혁 전쟁' 을 선포하셨는데요.

"교육청에 자율권은 주되 책임을 요구할 것입니다.제도개혁만으론 부족해요. 현장 책임자가 앞장서 구체적인 개혁을 펼쳐야 합니다.행정상 낭비.부정도 사라져야 합니다."

- 전국적인 교육개혁 시민운동을 계획하고 계신데요.

"우리 교육은 학교가 지역사회와 동떨어져 있어요.부모.교사.정부.지역사회 등 4개 주체가 교육문제를 함께 풀어야 합니다.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개혁을 주도하고 지역 교육.시민단체가 지원하도록 하겠어요. 다음달 대통령 자문기구로 교육개혁추진중앙협의회가 만들어지는데 운동조직의 성격이 짙을 겁니다."

- 업무보고에서 교원사회 구조개혁을 강조했는데요.

"교육예산의 70%가 인건비로 지출됩니다.좋은 교사가 많아야 우수한 학생을 많이 양성하지요. 우리는 공부하고 연구하는 교사가 부족해요. 공부하는 교사가 대접받도록 하겠어요. "

- 대학교수 쿼터제 (교수정원의 일정 비율은 다른 학교 출신으로 임용하는 제도) 도입 등 교수 임용제도 개선방안에 대해선 일부 대학의 반발도 예상되는데요.

"학문 발전을 위해선 대학에 자유로운 토론문화가 형성돼야 합니다.교수사회가 같은 학교 선후배로만 채워지면 비판적인 토론이 나올 수 없어요. 궁극적인 목표는 상호 의견교환이 가능한 대학사회를 만드는데 있어요. "

- 2002년 대입제도 개선안에 국민의 관심이 높은데요.

"다른 현안이 많아 아직 충분한 논의는 못했어요.다만 획일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방향은 확실해요. 대학이 각자 고유방식을 개발해야 합니다.고교생이 틀에 박힌 대입준비에서 벗어나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사고폭을 넓히고 논리력.창의력을 키우도록 해야 합니다."

- 독서를 많이 하면 유리한 입시제도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지요.

"제 경험으로 보면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상상력과 지식을 키우는 지름길이더군요. 저는 입시를 위해 과외를 받은 적이 없어요. 대학 친구들을 봐도 과외를 받지 않고 입학한 친구들의 학습능력.창조력이 훨씬 뛰어났던 것 같아요. 제가 다소 기획능력이 있는 것은 책을 많이 읽은 덕분 같아요. 기획은 미래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미래는 책 속에 있어요. " (李장관의 25.7평 아파트에는 2천여권의 책이 있다)

- 불법과외를 엄단하겠다고 했는데요.

"근본취지는 합법.불법을 떠나 과외가 불필요하도록 교육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입니다.지식주입에 치중하는 과외는 가계에도 부담이 되지만 우수학생을 키우는데도 큰 도움이 못돼요. 어쩔 수 없이 과외를 시키는 풍토를 없애겠어요. " (李장관의 딸도 고3때 대학생에게 수학과외를 받았다.李장관은 "현주가 수학을 싫어해 반에서 평균에도 크게 못미치는 바람에 평균은 되라고 시켰다" 고 밝혔다)

- 金대통령이 대학발전을 위해선 순위매김식 대학평가와 결과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다만 현재 대학의 어려운 여건이 다소 마음에 걸리네요. "

- 촌지로 엄청난 물의를 일으킨 교사도 경징계에 그치는 등 교육계에는 '서로 봐주기식' 풍토가 강한데요.

"벼는 벼, 피는 피끼리 갈라놓아야 합니다.그렇지 않으면 모두 욕을 먹어요. 잘못된 점은 책임을 묻겠어요. 이를 위해 평가제도.성과급제를 강화하겠어요. "

- 운동권 출신으로 한총련 등 학생운동을 어떻게 보십니까.

"어느 사회나 학생운동은 있고 사회의 활력소가 되기도 해요. 그러나 학생운동 목표와 행동양식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지난 10년간 우리 학생운동은 이념적으로 너무 좌경화돼 있었어요. 북한 실정을 알면서 사회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것은 현실에 어긋나요. 집단의사를 폭력화하는 것도 옳지 못해요."

- 전교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겁니까.

"노조든, 교원단체든 간에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입니다."

- 교원 정년 단축을 추진할 겁니까.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 역대 정부도 대부분 교육개혁을 추진했는데 왜 교육문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고 보십니까.

"교육개혁은 일시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과거 노력한 만큼 점진적으로 발전해왔어요. 후일 현 정부의 교육개혁도 평가받겠지요. 최선을 다하겠어요. 다만 졸속보다 신중하고 끈기있게 하겠어요. 특히 대학 구조조정.사교육비 절감은 절대과제로 삼고 추진하겠습니다."

만난사람=오대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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