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사람도 동물도 정자수 감소…'환경호르몬'이 내분비계 교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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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1일 도쿄 (東京) 의 일본 수산학회 세미나. "다마 (多摩) 강 수컷 잉어의 30%가 정소 (精巢.정자가 만들어지는 주머니) 이상으로 밝혀졌다" "도쿄만의 수컷 가자미는 홋카이도 (北海道) 가자미에 비해 성기 왜소화와 정자감소 등 암컷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등등. 지구촌 곳곳에서 이처럼 '수컷' 이 시들어가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동물의 수컷과 인간의 남성이 약화되는 최대 요인으로 내분비계 교란물질인 '환경호르몬' (유해화학물질) 이 지목되고 있다.

합성세제로 쓰이는 계면활성제.농약.쓰레기소각장의 연기.플라스틱 원료.도료 등 생활공간 전반에 걸쳐 잠복해 있는 환경호르몬으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이다.데이쿄 (帝京) 대 의학부는 최근 20대 남성 34명의 정액을 조사한 결과 정자의 농도와 운동성에서 세계보건기구 (WHO) 의 기준을 충족시킨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정자형성.정소독성연구회에 내놓기도 했다.

오존층 파괴.지구 온난화와 함께 21세기 지구를 위협하는 3대 환경문제로 등장한 환경호르몬의 악영향은 지난 70년대초 유엔에 처음 보고됐다.그러나 지금까지 판명된 67종의 환경호르몬들이 인간과 동물의 성 (性) 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교란하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의 경우 다이옥신 등 몇몇 특정물질에 대해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으나 종합적인 연구.대책수립은 커녕 환경호르몬 관련 데이터마저 없는 실정이다.

도쿄 = 이철호·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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