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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세계 첫 '경주 문화엑스포'…문화사절단 1만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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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신라 천년의 빛을 보듬고 새로운 천년을 알리는 세계인의 문화잔치가 오는 가을 고도 (古都) 경주에서 열린다.바로 '98경주세계문화엑스포' . 이번 행사의 주제는 '새 천년의 미소. ' 석굴암 석가여래의 입술, 영묘사지의 웃음어린 안면기와, 삼체석불의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미소' 들을 한데 모은 한마당 문화박람회다.

오는 9월 11일이면 대립과 갈등의 20세기를 넘어 화합과 평화의 새로운 문화를 여는 세계 최초의 문화엑스포와 만나게 된다.

경주 보문단지 15만평의 너른 벌판에서 2개월 동안 펼쳐질 이번 엑스포는 문화의 지역적 특수성과 함께 세계적 보편성까지 창출하면서 새로운 천년의 인류 과제를 풀어나갈 장 (場) 을 열어보자는 것이 그 목표. 세계 40여개국 1만여명의 문화사절단이 참가하고 세계 4대 문명발상지의 유물 6백여점이 전시되며, 세계 25개국 민속공연단 공연 등 각종 행사가 펼쳐지는 동안 3백만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자문위원인 김영호 교수 (경북대.경제학) 는 "경주는 유교.불교등의 문화가 충돌하고 다시 융합을 통한 조화를 이룬 한국문화의 수도라 할 수 있다" 며 "이번 엑스포는 세계 모든 문화가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문화의 확산을 창출하고 동시에 문화.상품.관광.개발을 하나로 연계해 경주를 세계문화의 수도로 만들어 나가려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박람회.엑스포 등의 이름으로 수많은 행사들이 펼쳐졌다.산업화 사회의 국부 (國富) 를 위한 산업박람회, 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관광박람회, 새로운 기술을 널리 알리는 과학박람회들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박람회가 단순한 잔치로 그치는 시대는 지났다.정보화 시대를 맞이하며 이미지 산업.이벤트 산업들이 등장하고 기존 산업의 형식과 내용까지 바꾸는 단계로 들어선 것. 기존의 관점으로는 이번 엑스포도 또 한번 왁자지껄한 일과성 문화행사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 만도 하다.

하지만 세계에서 처음 시도한다는 이번 문화엑스포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산업을 창출하는 하나의 역사 (役事) 로 접근해보자는 것이다.

역시 자문위원인 김병모 교수 (한양대.고고학) 는 "대전엑스포에서의 시행착오 경험도 있는 만큼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 이라며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역점을 둬 알찬 문화.아카데미 페스티벌로 자리잡게 되면 경주가 아시아 사상의 고향으로 널리 알려지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한번의 행사로 끝나는 게 아니다.

앞으로 2년에 한번씩 열리게 되며, 이렇게 되면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 (ASEM) 와 2002년 월드컵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릴 때 또 한번 세계적인 문화의 총화를 이뤄내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이번 행사의 예산은 국가보조 1백20억원을 포함 3백74억원. 일부에서는 IMF한파 속에 '때아닌 잔치' 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때 정부예산이 반으로 줄어들어 행사자체가 흔들리기까지 했다.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 (위원장 이의근 경북도지사) 의 최윤섭 사무차장은 "수입자재를 국산화하고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는 구조물을 줄이는 등 알뜰한 엑스포를 추구하고 있다" 고 밝혔다.

경주 =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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