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기아에 쏠린 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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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화로 해결하자. " "3자 인수를 전제로 한 관리인은 받아들일 수 없다." 16일 오전 서울여의도 기아자동차 본사앞. 전날 선임된 법정관리인 유종렬씨의 출근을 저지하려는 노조의 움직임은 결국 몸싸움으로 번졌고, 이 모습은 국내외 언론의 눈을 통해 바로 세계 각국으로 전송됐다.

물론 기아 근로자 입장에선 할 말도 없지 않을 게다.월급도 제대로 못 받고 자력갱생을 위해 애쓴데 대한 허탈감에다, 3자매각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 따져보자. 이런 행동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또 그 결과가 어떨지를. 엄밀히 말해 기아는 이미 부도난 기업이다.다른 대부분의 부도 기업은 바로 문을 닫고, 여기서 일하던 수많은 근로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현실에 비하면 기아는 훨씬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많은 사람들이 기아 사태가 한국의 외환위기를 초래하는데 한 요인이 됐다고 생각하는 점을 감안하면 기아 임직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협조하는 자세를 보여도 모자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식의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은 지나치다."자력회생 아니면 이판사판이다.우리도 대안이 없다" 는 일부 임원들의 발언은 상식 이하다.

기아 근로자들은 정말 10조원 가까운 빚더미를 안고도 기아가 스스로 굴러갈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중요한 것은 기아를 어떻게 살리느냐다.

여기에는 3자매각도 있을 수 있고 자력회생의 방법도 있을 수 있다.유종렬관리인은 아직 "어떤 식으로 정리할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았다" 고 강조하고 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 대화라도 해봐야 할 것 아닌가.그래야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기아는 단순한 한개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각국이 그 결과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에 꼭 필요한 외국인 투자 유치와 한국 기업 인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자칫하면 기아 자체는 물론 한국의 경제회복 노력 자체에 더욱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지난해 기아 회생을 바라던 많은 시민들이 왜 요즘은 고개를 돌리는 지를 기아 근로자들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신성식〈경제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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