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부채율 518%로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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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내 30대그룹의 빚이 1년새 87조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이에 따라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부채비율도 5백18.9%로 지난해 3백86.5%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반면 자기자본비율은 20.6%에서 16.2%로 떨어져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30대그룹중 금융감독위원회가 99년말까지 달성토록 요구하고 있는 부채비율 2백% 이하를 충족시키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자산규모를 기준으로 98년도 대규모 기업집단을 신규 지정, 발표한 데 따르면 30대그룹의 자산총액 (금융.보험업 포함) 은 3백48조원에서 4백35조원으로 늘어났다.그러나 자기자본은 오히려 9천억원이 감소했다.

부채가 늘어난 것은 환율급등에 따라 대규모 환차손 (換差損) 이 발생, 외화차입금 평가액이 급증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공정위측은 환차손 규모가 전체 부채증가분의 3분의1인 20조~30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기업별로는 한라와 진로가 아예 자본잠식에 들어갔고 뉴코아.해태.아남.한화 등은 부채비율이 1천%를 웃돌고 있다.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그룹은 롯데 (2백16.4%) 며 동국제강.동부.동아 등이 상대적으로 부채비율이 낮았다.

올해 30대그룹 지정에선 지난해 재벌순위 8위와 27위였던 기아와 한일이 주력기업 부도 및 자산총액 감소로 탈락한 반면 자산재평가.공장증설 등으로 자산이 크게 늘어난 강원산업 (29위) 과 새한 (30위) 2개 그룹이 새로 편입됐다.

기업구조조정이 가속되면서 순위변동도 많았다.지난해 4위였던 대우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며 3위로 뛰어올라 LG와 자리바꿈을 했으며 각각 6, 7위였던 쌍용과 한진은 7, 6위로 순위가 바뀌었다.

또 금호와 동아가 새로 10위권에 진입한 반면 롯데는 11위로 밀려났다.한편 매년 증가추세에 있던 30대 기업집단의 계열사 숫자는 지난해 8백19개에서 올해 8백4개로 15개사가 줄었다.

계열사 숫자가 줄어든 것은 지난 93년 30대 기업집단 지정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상호지급보증과 부채비율 축소 등에 대한 부담 때문에 기업들이 계열사 매각.합병 등을 활발히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번에 지정된 30대그룹 소속회사들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계열사간 신규 채무보증 및 상호출자가 전면금지된다.또 올해 30대그룹에 신규지정된 강원산업.새한그룹은 2001년 3월말까지, 나머지 그룹들은 2000년 3월말까지 계열사 채무보증을 전액 해소해야 한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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