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대우 냉장고 광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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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TV광고를 만들다보면 우연의 일치로 경쟁 상품과 광고 컨셉트나 표현방법.소재가 같아 제작자들을 당황케 하는 때가 종종 있다.똑같이 기린이 등장하는 대우자동차 레간자와 삼성자동차의 광고나 '부자 (父子) 간의 정' 을 소재로 한 한국산업은행과 조흥은행의 광고 등이 그런 경우다.

미리 알 수 있다면 피해갈 수도 있으련만 방영 시기가 엇비슷한 광고의 경우 TV에 나오는 걸 보고서야 알기 십상이다.이런 경우 광고내용을 갑자기 바꾸기가 어려워 그대로 밀고나가는 게 태반이다.

하지만 13일부터 방영되는 대우 탱크냉장고의 2차 TV광고는 이같은 상황에 처하자 광고 내용을 전면 수정, 눈길을 끌고 있다.대우 탱크냉장고 광고는 1편에서 탤런트 유인촌이 냉기그물에 잡히는 모습을 박진감 있게 묘사해 브랜드를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

이어 2편에서는 유인촌이 두부를 들고 냉기그물이 '뒤는 얼고 앞은 시드는' 기존 냉장고의 문제점을 해결한다는 것을 알리는 내용으로 기획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경쟁사인 LG전자가 문에서도 냉기가 나오는 신제품 '싱싱냉장고 앞에서 뒤에서' 의 광고를 먼저 내놓은 것. 대우가 얘기하려고 했던 '뒤는 얼고 앞은 시들고' 와 딱 맞아떨어지는 내용이었다.

광고 내용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가는 자칫 경쟁상품을 선전해 주는 꼴이 될 판이었다.

결국 아이디어 회의를 다시 했다.냉각방식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면 (面) 싸움으로 몰고 가자는 결론이 나왔다.

LG냉장고가 '앞에서 뒤에서' 라고 하지만 결국 2면인데 반해 대우냉장고는 좌.우.뒤에서 냉기가 나오는 3면임을 강조, 상대적인 우위를 알리자는 전략이었다.

요즘 뜨고 있는 평범한 주부 안문현을 모델로 새로 캐스팅하는 등 당초 기획한 광고내용을 완전히 뜯어고친 새 광고가 만들어졌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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