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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레저] 이색 해외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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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색다른 휴가는 없을까?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여름철이면 복닥거리는 이 땅을 벗어나고 싶다. 그렇다고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다녀오는 동남아나 유럽 배낭여행이 내키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테마여행이 제격이다. 온갖 야생동물이 초원을 배회하는 아프리카 사파리, 백야의 전설이 숨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동화 같은 건물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선 일본 구마모토현이 그런 곳이다. 쉽사리 떠날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찾아 봤다.

*** 세계 사파리의 수도 - 케냐

세계 사파리의 수도라는 별칭에 어울리게 케냐에는 사파리를 즐길 수 있는 국립공원이나 야생동물보호구역이 45군데나 된다. 전국토의 15%에 이르는 넓이다.

이 중 외지인의 눈에 가장 익은 곳이 마사이마라 야생동물보호구역. 세렝게티 초원의 풀을 거덜낸 300만마리의 초식동물이 6 ~ 8월 마사이마라로 가기 위해 마라강을 건너는 장관이 여러 차례 전파를 탔기 때문이다. 악어가 기다리는 강으로 눈 질끈 감고 뛰어드는 누떼의 행렬이 10월에는 반대방향으로 되풀이된다. 드넓은 초원에 높이 1m 남짓한 비석이 서 있다. 이곳을 경계로 북쪽은 케냐의 마사이마라, 남쪽은 탄자니아의 세렝게티라는 것을 알리는 경계석이다. 이렇게라도 선을 그어야 직성이 풀리는 군상들이 초라하다. 저 앞으로 얼룩말 한 무리가 무심히 지나간다.

마사이마라 반대편,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킬리만자로의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만년설 눌러 쓴 머리를 흰구름 위로 삐죽 내민 웅장한 산 발치에서 사자 한쌍이 하품을 하며 뒹굴고 코끼리떼가 쿵쿵거리며 지나가는 모습을 어디서 다시 볼 수 있을까?

중서부에 위치한 나쿠루 호수에서는 200만마리 홍학과 수만마리 펠리컨이 펼치는 군무에 취한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퍼드가 핑크빛 새들이 가득한 호수 위로 비행하던 바로 그 장소다.

케냐의 또 다른 매력은 '마사이'다. 비록 요즘은 관광객들에게 싸구려 목각 공예품을 팔기 위해 손을 벌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우유에 소의 피를 타 마시고 쇠똥에 흙을 이겨 만든 집에 사는 전통을 고수하는 부족이다. 사자가 소를 잡아먹으면 주변 사자의 씨를 말린다는 전설이 아니어도 훤칠한 키에 붉은 망토를 휘감은 마사이 전사의 모습은 매력적이다.

물리도록 사파리를 즐긴 뒤 나이로비에 들어서면 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정됐다는 도시의 정취를 만난다. 국립박물관에서 원시 인종들의 화석을 만나면 이 지역이 인류의 요람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한국 파라다이스 호텔이 운영하는 사파리파크 호텔에 들러 악어와 기린 등 야생동물을 구운 야마초마를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재미다.

나이로비=최현철 기자

*** 여행정보

케냐항공이 방콕에서 나이로비로 가는 노선을 주 3회 운항한다. 인도 뭄바이에서도 주 3회 나이로비행 비행기가 뜬다. 출발 10일 전 황열병 예방주사를 꼭 맞아야 한다. 생각보다 쌀쌀해 긴팔 옷도 필수. ㈜여행상자에서 8박9일짜리 상품을 309만원에 판매 중이다 (02-777-7482).

*** 유럽으로 난 창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오후 10시10분. 공항 문을 나서자 마중나온 것은 익숙한 어둠 대신 검붉은 융단처럼 펼쳐진 저녁노을이다. 한여름이면 하루 20시간 가까이 태양이 떠 있다는 백야(白夜).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그렇게 처음 찾은 외지인들을 놀라게 한다.

이 도시는 301년 전만 해도 네바강 하류에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늪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1703년 표트르 1세가 '천도'를 명하면서 상전벽해에 가까운 변신을 한다. 30여년간의 대역사(大役事) 끝에 러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마술처럼 들어선 것. 이후 서유럽의 문명과 문화 사조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바로크풍 거석 건축물로 도시를 채워오는 동안 '유럽으로 난 창문'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하지만 뒷골목에는 여전히 차이코프스키.도스토예프스키 등 러시아 최고의 문호와 예술인들의 혼과 체취가 스며 있다.

상트페테르부크르의 시발점으로 불리는 곳은 1703년 네바강이 갈라지는 작은 섬 위에 세워진 피터폴 요새다. 한쪽에 마천루처럼 세워진 121.8m 높이의 금동 첨탑은 도시 어디에서든 보인다. 한때 정치범 수용소로 쓰이기도 했다는 이 요새에서 특히 눈을 끄는 것은 네바강변 쪽으로 난 '네바의 문'이다. 사형 집행 직전 마지막으로 이승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배려한 장소. 그래서일까. 눈부신 태양빛과 뒤섞인 네바강 위로 한눈에 잡히는 도시의 모습이 슬프도록 아름답다.

시내 중심을 가로지르는 넵스키 대로 주변엔 주요 건축 문화 유산이 줄지어 서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왕궁(겨울궁전)을 개조해 만든 에르미타주 국립박물관. 루브르박물관.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곳으로 소장품만 300만점이 넘는다. 이 밖에 40여만명의 인력이 매달려 완공까지 40년이 걸렸다는 성 이삭 성당, 러시아의 전통적 건축양식인 모자이크 프레스코로 장식된 그리스도 부활교회(피의 성당), 세계 최초의 여성 교육기관인 스몰리 수도원 등도 걸작 건축물로 꼽힌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0㎞ 정도 떨어진, 핀란드만 해변에 위치한 여름 궁전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왕과 귀족의 여름 휴양지로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본떠 지은 이 궁전은 첫 삽을 뜬 지 150년 만에 완공됐으며 당대 유럽 최고의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동원됐다고 한다.

도시 구석구석으로 거미줄처럼 운하가 연결돼 있어 베니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작은 유람선에 몸을 맡기고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시내 곳곳을 느긋하게 둘러보는 일도 여행의 별미다.

상트페테르부르크=표재용 기자

*** 여행정보

13일부터 대한항공이 주 3회 직항기를 띄워 한층 가까워졌다. 비자를 받는 데 평균 3주 정도 걸리는 점에 유의할 것.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를 둘러보는 5박6일짜리 상품이 가장 일반적이다. 1급 호텔 숙박 기준으로 139만원선(한화투어몰 02-311-4455).

***Japan 화장실도 예술품 - 일본 구마모토현

일본 구마모토현은 지역 전체가 멋진 건축물들로 채워지고 있는 살아있는 캔버스다.

"이게 경찰서 맞아?" "화장실이야 조각품이야?" 길거리를 걷다가, 차를 타고 길 모퉁이를 돌다가, 툭툭 튀어나오는 이채로운 건물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감탄을 쏟아내게 한다.

일본 규슈섬 중심부에 위치한 구마모토현은 본래 세계 제일의 칼데라(화산 폭발로 생긴 분화구)가 있는 아소산, 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해상공원, 스이젠지(水前寺)의 조주엔(成趣園) 정원 등 자연과 역사가 일궈낸 볼거리가 풍부한 고장이다.

여기에 1987년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지사가 '구마모토 아트폴리스(KAP)'계획을 추진했다. 후세에 남길 만한 문화적 자산을 만들어 지역 가치를 함께 상승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미스미 항구에는 조형탑 같은 페리 터미널(사진)이 서 있고 이즈미촌의 주민 교류센터는 미술관을 연상시킨다. 댐 관리사무소나 어선통제소.청소년의 집.파출소 등 공공건물 상당수가 판에 박힌 위엄을 떨치고 간결하면서도 멋진 현대적 미로 갈아입었다. 전통 인형극장의 멋들어진 모습을 보기 위해 인구 3800명에 불과한 세이와촌에 한해 1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온다니 경제적 효과도 만만치 않다. 비록 디자인에 치중해 기능적인 단점이 있거나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등 비판받을 만한 곳들도 있지만 방문객으로서는 '옥에 티'를 찾아내는 재미가 오히려 쏠쏠하다.

구마모토=강서규 기자

*** 여행정보

구마모토현이 주관하는 아트폴리스 탐방행사가 지난 6월부터 진행 중이다. 3박4일간 주요 프로젝트 참가 건물과 아소산 등을 도는 일정(65만원)으로 8월 24일과 31일 출발하는 여정이 남아있다. 아트폴리스 한글 홈페이지(www.japanpr.com)에서 자세한 프로젝트 소개를 볼 수 있다 (02-73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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