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사랑의 리퀘스트'덕에 두딸 재회한 임광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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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제 곧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게 됐습니다.KBS1 '사랑의 리퀘스트' 와 이를 보고 도움을 주신 분들께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 커다란 기쁨에 닥치면 사람은 오히려 무덤덤해지는가.어쩔 수 없이 떼어놓았던 4살짜리 큰 딸 보람이, 두살박이 작은 딸 예슬이와 다시 합치게 된 임광일 (38) 씨의 말투도 잔잔하기 그지없었다.

아내와 이혼하고 홀로 아이들을 키우던 임씨는 IMF로 인해 아이들과 헤어지게 됐다.올 1월에 찾아온 실직. 다니던 전기설비업체가 어려워져서였다.그 뒤는 일자리를 찾으러 돌아다니느라 아이들을 돌볼 수 없었다.

어떻게든 함께 살아보려 했지만 결국 지난달 24일 아이들 손을 잡고 안양시 남부아동임시보호소로 향했다.멋모르는 아이들. 처음엔 그저 그러려니 아빠를 보냈지만 다시 찾아갔을 땐 달랐다.4살 큰딸이 울며 매달렸다.

"아빠, 나 집에 갈꺼야. " 그러나 자신도 친구 집에서 전전하는 처지. 큰딸을 떼어 놓고 무거운 걸음으로 보호소를 나왔다.임씨의 이런 사연이 4일 KBS1 '사랑의 리퀘스트' 에 소개됐다.

안양시의회의 최상현 (54) 도시건설전문위원도 TV로 이를 지켜봤다.그리고 평소 알고 지내던 안양의 동화전업 주명선 (44) 사장에게 "일자리를 줄 수 없겠느냐" 고 연락했다.결국 임씨는 9일부터 새 직장에 출근했다.보금자리도 곧 마련케 됐다.

'사랑의 리퀘스트…' 를 통해 모인 시청자의 정성 1천만원이 방영 1주일 만에 본인에게 전해진 것.성금이 빨리 전달되도록 KBS가 특별히 배려했다."그저 고맙기 이를 데 없을 뿐입니다.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겠습니다." 임씨의 말은 끝까지 담담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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