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반짝시장', 도심속 장터로 자리잡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경남진주시주약동 속칭 '반짝시장' 은 경전선 기적소리와 함께 열린다.진주역에 매일 오전 7시48분에 도착하는 순천발 마산행 906 비둘기호 열차와 오전8시3분에 도착하는 부산발 광주행 1603 통일호 열차를 타고 온 서부경남 농촌지역 2백여명의 할머니들이 역 뒤쪽 공터 (5백여평)에 모여 들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거대한 시장이 형성된다.

함안~하동역 주변에 사는 할머니들이 직접 기른 채소와 곡식이 주로 나오는 이곳은 근처 한주럭키 아파트 단지와 칠암.강남.망경동 주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곡식의 경우 한되에 찹쌀 5천원, 보리쌀 3천원, 팥 8천원, 수수 6천원 등으로 시중 가격과 비슷하지만 되질을 할때 고봉 (高捧) 으로 수북하게 담아주기 때문에 양이 시중보다 10~20% 많다.

일주일에 한번씩 진주 아들집에 올때마다 손주들의 용돈과 기차삯 마련을 위해 집에서 기른 채소를 갖고 온다는 조수분 (73.진주시나동면유수리) 할머니는 "차비도 벌고 손주들에게 용돈을 줄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고 웃는다.

최근 백내장수술을 한 정옥순 (59.하동군북천면이명리) 할머니도 가져온 채소를 팔아 오전에 1만원만 손에 쥐면 병원에 들렀다가 오후3시59분 진주역을 출발, 하동으로 가는 통일호 열차에 몸을 싣는다.

이 반짝시장은 싱싱한 농산물과 풋풋한 농촌 인심을 만날수 있는 도심속의 장터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지난 92년 진주역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형성된 이시장은 처음에 역광장에서 열렸으나 승객들에게 불편을 주자 최근 역 뒷쪽 공터로 옮겨졌다.

진주 = 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