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금융에도 다단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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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보험대리점은 현재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대리점은 초회 보험료 20만원만 내고 보험에 가입한 뒤 다른 사람을 보험에 가입시키면 월 100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보험 가입자 겸 권유자를 모집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일 "최근 다단계(네트워크) 마케팅을 한 보험대리점을 여러 곳 적발했다"며 "사실상 실현되기 어려운 일을 다단계 방식으로 가능하다며 가입자를 끌어들였기 때문에 이는 일종의 사기"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들 대리점과 관계자를 조사한 뒤 검찰에 통보할 예정이다. 금융업계에 여러 종류의 다단계 마케팅이 퍼지고 있다. 우리.씨티은행 등이 도입한 MGM(Members Get Members) 방식도 다단계 마케팅의 일종이다. MGM은 기존 고객이 새 고객을 소개할 경우 기존 고객에게 우대금리.명품 등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마케팅 방식이다.

금감원은 보험대리점의 다단계 영업에 대해 '명백한 사기'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은행들의 MGM 마케팅에 대해선 일단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은행들이 MGM 마케팅을 하면서 과도한 경품을 제공할 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원 많은 보험업계의 다단계 마케팅=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다단계 방식으로 보험에 가입해도 되는지를 묻는 소비자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이들은 보험금이 아니라 수당을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민원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보험대리점의 다단계 영업은 보험모집인 자격이 있는 사람이 대리점을 낸 뒤 이를 통해 다단계 영업을 하거나, 아예 다단계 회사 직원들이 특정 대리점과 결탁한 뒤 영업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전산상으로는 정상적인 대리점을 통해 보험 계약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보험사가 다단계 대리점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보험대리점은 많은 수당을 미끼로 불법 다단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월 100만원씩 보험료를 내는 종신보험을 유치한 보험 모집인은 2년에 걸쳐 700만~1000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따라서 다단계 마케팅으로 회원 몇 명만 더 가입시키면 수당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는 논리로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 가입자를 지속적으로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애초부터 고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은행, MGM 마케팅 적극 도입=우리은행은 지난 3월 28일 중소기업 영업에 MGM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우리은행의 우량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모임인 '비즈니스 클럽'회원(총 2200명)이 신규 회원을 소개할 경우 기존.신규 고객 모두에게 금리.수수료 우대, 무료 경영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이동연 중소기업전략팀 부장은 "하루 평균 실적이 20여 명가량 된다"며 "MGM 방식을 통해 질 높은 고객을 낮은 비용으로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새 고객 유치 비용이 단골고객 유지 비용의 다섯 배에 달하지만 MGM 방식을 이용할 경우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우량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아파트 파워론'상품에도 다단계 마케팅을 도입해 기존 대출 고객이 다른 사람의 대출을 우리은행에 소개할 경우 소개한 대출금액의 0.2%를 본인의 이자에서 감면해 준다.

한국씨티은행도 VIP 회원을 확보할 때 MGM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씨티골드' 회원(1억원 이상 예금 등의 거래고객)이 다른 회원을 소개하면 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포인트에 따라 골프채, 고화질 TV, 고급 코냑 등 250만~300만원에 달하는 선물을 주고 있다. 이 은행은 씨티골드 회원의 3분의 1이 MGM 마케팅 방식에 의해 채워질 정도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이 밖에 하나은행 등도 각종 이벤트 행사를 할 때 MGM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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