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지성' '세계사상' 등 학술교양지 존폐 갈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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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출판계의 위기 속에 순수 학술교양지들이 존폐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제작비 때문에 폐간하거나 휴간하는 학술지들이 크게 늘고 있다.휴간도 기약없는 것이어서 사실상 폐간에 가깝다.'한국학보' 는 다행히 속간이 결정됐다.

하지만 이미 발표된 논문중 높은 평가를 받은 논문을 재수록한다는 취지로 작년 창간된 '열린 지성' (계간.교수신문사刊) 이 최근 휴간에 들어갔다.적지 않은 정기독자를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광고수입이 줄어 유지가 힘들어졌기 때문. 또 작년에 프랑스 문화와 철학을 소개하겠다는 의도에서 창간한 '세계사상' (동문선刊) 도 이번 봄호 (4호) 를 마지막으로 종간하게 되었다.

1백부 미만의 정기구독자로는 출판의 어려움을 감당할 힘이 없었기 때문. 엄격한 학술지는 아니지만 연구와 일반독자를 이어주는 교양지 '대화' (크리스찬아카데미刊) 도 최근 휴간했는데 사실상 폐간한 경우. 1천5백을 넘지 못한 부수로서는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 70년대말 많은 지식인들을 독자층으로 확보하고 있던 이 교양지의 휴간에 대해 편집을 맡았던 정수복 박사 (사회학) 는 '생각하는 풍토의 빈곤' 에서 원인을 찾았다.

이외에 기간을 늘리거나 분량을 줄어 비용을 최소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월간 '한세정책' (한세정책연구소刊) 과 계간 '사회비평' (나남刊) 이 각각 계간과 반년간으로 기간을 늘렸다.

학술지는 아니지만 문학관련 논문들이 부분적으로 실리던 문학지 '한국문학' (한국문학사刊) 도 1년간 휴간키로 했다.

학계에서는 미국.일본과 같이 공공도서관에서 학술지등을 의무적으로 구입토록해 최소한의 지적 재생산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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