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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지방정부에 자립 길 터 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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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나라에서는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면 부모가 분가시켜 살림을 내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중앙집권적인 체제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직접 보살피는 시스템이지만 지방자치제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자기 살림을 살도록 하는 제도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18년이나 경과되었으면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살림을 내주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부분의 지방정부는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등의 명목으로 중앙정부가 재원을 내려주지 않으면 자기 살림을 꾸려나갈 수 없다.

지방자치의 원래 취지는 지방정부 살림을 지방정부 스스로 살도록 하는 제도다. 그런데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로 지방세 비중이 현저하게 낮은 반면, 지출은 4대 6으로 지방정부가 훨씬 더 많이 쓰고 있는데 이는 중앙정부가 세금을 거둬 지방정부에 나누어 주는 구조여서 지방정부의 재정자율권과 책임성을 현저하게 저해한다.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각종 감세정책으로 인해 지방정부 의사와 무관하게 지방세 수입이 줄고 있는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앙정부가 국가 재원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비의 일부를 지방정부에 강제로 부담시키고 있다. 예컨대 2005년 19조원 규모의 지방정부 사회복지예산은 2009년에는 38조원 규모로 2배 이상 증가한 반면 지방 예산은 1.3배 증가에 그쳐 지방정부는 만성적·구조적 재원부족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 미래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재정개혁은 국가-시·도-시·군·구가 각각 자기 살림을 자기 재원으로 살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첫째, 근본적으로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하고, 지방세의 세목, 과세 객체 등을 지방정부 스스로 정하도록 제도화해 자기 살림은 자기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최소한 70% 이상의 지방정부가 의존 재원인 지방교부세 없이 자주 재원만으로 자기 살림을 살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현재 246개 지방정부 중 16개 시·도 중에는 서울시 1곳, 시·군·구 230개 중 6개 시 외의 239개 지방정부는 국가로부터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으면 살림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셋째, 국가사업은 지방정부에 재원부담을 떠넘기지 말고 국가재원으로 해야 한다. 제도개선의 첫걸음은 지방소득·소비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지방소비세는 최소한 부가가치세 20% 이상을 재원으로 해야 하며, 부동산거래세·종합부동산세 등 지방세입에 영향을 주는 세제를 개편할 경우 지방세수 감소분에 대한 근본적 보전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각 부처가 추진하는 국고보조사업 중 지방비 부담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방정부와 사전 협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MB 정부의 정책기조는 자율과 책임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지방정부가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주 재정을 확충하는 특단의 재정개혁을 기대한다. 못된 시어머니 소리 듣지 않으려면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조속히 살림을 내주어 재정적으로 독립시켜야 한다. 이것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상생 방안이다.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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