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대덕 중소기업연구센터 "세계최고 기술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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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미국의 빌 게이츠가 차고에서 탄생했다면 한국은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세계적인 기술개발의 꿈이 영글고 있다.충남 대덕첨단과학단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주차장 한쪽에는 10개동의 컨테이너 박스가 나란히 서 있다.수출용 화물을 싣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벤처기업들이 모여있는 '중소기업 공동연구센터' 다.

9평 남짓한 컨테이너 앞에는 조그만 문패들이 붙어있고, 속을 들여다보면 연구원들이 각종 장비 앞에서 진땀을 흘리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한 컨테이너를 두개 기업이 공유하기 때문에 각각의 공간은 4.5평에 불과하지만 미래의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한 열기는 대단하다.

전자통신연구원이 이 곳을 조성한 것은 지난해 7월. 기술력은 있지만 값비싼 기자재를 구입할 수 없는 중소기업에 장비 등을 제공하는 동시에 연구소에서 개발된 신기술을 상품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다.리스사로부터 10개동의 컨테이너를 2년간 4천만원에 임대했고, 이 곳에 계측장비 등 각종 장비를 채워 유망기업들에 제공했다.

지금까지 모두 26개 기업이 이곳을 거쳤거나 현재 입주해 있다.센터 운영을 맡고 있는 정태진 산업기술지도실장은 "산학연 (産學硏) 협동연구를 확대하기 위해 시험적으로 컨테이너 박스 연구센터를 만들었는데 만족도가 높고 기술개발 효과도 크다" 고 설명했다.

입주 기업 부담은 전기료와 전화비가 전부. 고가의 장비를 공짜처럼 쓰는 것은 물론 최신 정보까지 쉽게 입수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에는 최상의 조건이 제공되는 셈이다.

입주업체는 서류심사로 선발되는데 연구원과 공동개발 과제가 있거나 연구원 개발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는 기업에 우선권이 주어진다.초고속 정보통신망 접속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입주한 ㈜욱성전자의 한상천 전임연구원은 "연구.개발에 필요한 기자재가 없어 무척 애를 먹었는데 이 곳에 입주한 후로는 고가 장비를 마음대로 사용하는데다 연구원들과 공동작업까지 가능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고 말한다.

작업은 정보통신분야의 첨단기술 개발이 주종을 이루는데, 하나하나가 모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것들이다.㈜액팀스와 아스텔㈜이 연구중인 차세대 국제이동통신망인 IMT - 2000망 개발이 성공해 세계 표준이 될 경우 한국의 정보통신기술은 다시 비약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명정보통신은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감시장비의 영상처리를 디지털화해 콤팩트디스크 (CD)에 보관시켜 양을 대폭 줄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정실장은 "더욱 많은 벤처기업들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올해 지하1층.지하4층 규모로 50여개 기업이 들어갈 수 있는 건물을 신축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대덕 = 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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