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입자물리연구원,초대형가속기 사업 한창…빅뱅열쇠 힉스입자 규명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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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세상에서 가장 큰 실험실인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 (CERN) . 지난 20년간 샤르팍등 5명의 노벨물리학 수상자를 배출한 이곳에선 95년부터 시작된 LHC (초대형 강입자충돌 가속기) 사업이 한창이다.

제네바와 프랑스.스위스 국경에 걸쳐 지하 수십m에 건설되고 있는 터널형 가속기의 둘레는 무려 27㎞. 세계 50개국 5천여 연구원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가속기가 완성되는 해는 2005년, 총공사비는 40억달러 (약5조원) . 세계의 물리학자들이 이렇게 막대한 돈을 투입하며 심혈을 기울이는 가속기란 무엇일까. 물리학자들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하는 것. 여기서 '빅뱅' 이론이 등장한다.

1백50억년전 티끌보다 작은 우주는 이 세상의 모든 입자를 녹일 정도로 뜨거웠다.

굳이 온도를 말하라고 하면 1천억조도. 이 뜨거운 입자가 어느 순간 대폭발을 일으키며 팽창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우주를 만든 원시물질을 '쿼크' 로 명명하고 실험을 통해 이를 발견해냈다.

이제 남은 것은 이러한 쿼크들이 질량을 어떻게 얻는지를 알아내는 것. 여기에는 힉스 (Higgs) 라는 또다른 물질의 존재가 필요하다.

가속기 사업은 이같이 태초의 상황을 연출, 아직 가설단계인 힉스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작업. 가속기는 7조eV (전자볼트) 를 가진 양성자 (중성자와 함께 원자핵을 이루는 물질. 세개의 쿼크로 구성돼 있다) 를 빠르게 돌려 양쪽에서 충돌시키는 것. 가속된 양성자의 속도는 총알의 1만배인 시속 10억㎞. 속도가 빠른만큼 힘이 세다.

1초에 가속기를 1만번이나 도는 양성자 다발은 1억분의 1초마다 충돌을 거듭하며 태초의 우주를 재현, 수많은 입자파편을 만들게 된다.

따라서 LHC의 연구는 양성자가 깨지면서 만들어내는 힉스입자의 검출에 성패가 달려있다.

우리나라 물리학계도 이 사업에 핵심적인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고려대 검출기연구소 (소장 박성근교수) 를 중심으로 11개 대학이 97년 CERN으로 부터 전방저항판검출기 제작을 의뢰받아 현재 시제품이 완성된 단계. 이 검출기는 힉스입자 검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궁극적으로 힉스 입자가 어떻게 질량을 갖는지를 밝혀낼 수 있게 된다.

판넬형으로 만들어진 이 검출기는 모두 펼치면 3천평에 이를 정도. 올 8월 제네바 본부에서 검증을 받은후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가속기사업은 단순하게 순수물리학의 궁금증을 해소시키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CERN이 인터넷 검색시스템 www를 개발, 보급시킨 것처럼 다양한 파생기술들을 쏟아낼 것은 틀림없는 사실. 朴교수는 "입자검출기만해도 빠른 시간내 대용량 자료를 송수신하는 광통신기술이나 3차원 영상처리기술등 최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어 이를 원격탐사.의료.환경보호.통신.우주개발등에 응용할 경우 무궁무진하게 기술확산이 이뤄질 것" 으로 내다봤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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