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엔화 브레이크없는 하락]한국수출·금융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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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과연 어느 수준까지 떨어질까. 얼마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일본 엔화가치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무역협회 신원식 상무는 "아직 원화 가치하락의 혜택을 제대로 보지 못한 상태에서 엔화 값이 크게 떨어지면 수출이 줄어 올 경상흑자 2백50억달러 목표달성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고 우려했다.

무협 분석에 따르면 한.일 양국은 각각의 50대 수출품목중 24개가 국제시장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또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줘 산업활동 전반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 산업 = 가장 수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이 자동차.전자.철강 등. 자동차는 원화 가치하락에 힘입어 지난 3월 수출이 무려 12만대에 달했지만 이런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자동차 이형근이사는 "일본 차 수출대금은 전세계에서 엔화로 결제되기 때문에 평가절하분이 그대로 가격에 반영돼 8월 이후부터는 한국의 수출에 타격이 올 것" 이라고 예상했다.

전자제품도 그동안 25~30%의 가격경쟁력이 생겨 당장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일본의 가격인하 효과가 본격화되는 2~3개월 후에는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는 D램 값이 워낙 떨어져 있어 자동차보다 가격경쟁이 더 치열한 양상인데, 엔화가 약세가 되면 장기거래선의 이탈까지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철강은 일본이 이미 한달전부터 강철코일 등의 가격을 내린 상태인데 다시 값을 내리면 한국에는 치명적이고, 선박은 일본의 독주가 더욱 심화될 전망.

◇ 금융 = 이미 한국물 시세가 크게 떨어져 산업은행채권의 유통금리도 리보 (런던은행간 금리) +3.6~3.7%에서 리보+4.2%로 올랐다.

또 다소 안정을 되찾는 듯하던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엔화가치 하락은 달러 강세를 의미하기 때문에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도 함께 떨어질 것이고, 이는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국제통화기금 (IMF) 은 한국에 대해 금리를 더 올리라고 주문할 가능성도 있다.

굳이 IMF가 나서지 않아도 자금시장에 불안감이 퍼지면 금리는 더 오른다.

또 엔화약세 추세가 계속될 경우 현재 추진중인 30억달러의 외국환평형기금 채권금리도 0.5%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IMF지원을 전후해 겪었던 자금보릿고개가 다시 재연되고, IMF 조기졸업에 대한 기대도 사라질 판이다.

이영렬.남윤호.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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