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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토기발굴]미송리형 토기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내가 직접 미송리형 토기를 본 것은 13년전 일이다. 중국 동북지방을 답사하던 중 접한 그 토기를 놀랍게도 서울에서 보게 되다니 실로 감개무량하다.

미송리형 토기란 지난 59년 평북 의주군 미송리 동굴유적 상층인 무문토기 문화층에서 출토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한반도 서북지방 무문토기의 한 형식이다.

미송리형 토기류는 그후 평북 용천군 신암리, 압록강 상류의 자강도 중강군 장성리와 토성리, 청천강 유역의 세죽리와 구룡리 등에서도 발견됐다.

그 특징.분포지역 등으로 미루어 미송리형 토기는 비파형 동검과 동모 (銅矛) 를 남긴 중국 동북지역의 청동기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 대동강과 재령강 유역의 팽이형 토기 분포 유역에서도 미송리형 토기의 변형들이 출토되고 있는 사실을 들어 북한 학계에서는 "고조선 시기의 전형적 유물인 미송리형 토기와 비파형 동검문화는 평양지방에서 비롯됐다" 며 "동방 최초의 금속문화 발원지인 평양지방에서는 이미 5천년전에 고대국가가 번성했다" 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중국 동북지방에는 다양한 문화를 가진 여러 민족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수많은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넓은 의미의 요령청동문화라는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었으며 기원전 1000년께의 비파형 동검과 미송리형 토기문화는 고구려 이전의 맥족 (貊族) 문화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반도의 청동기 문화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각종 유물들이 남북으로 나뉘어 서로 공유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한덕(부산대 교수·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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