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까운 외화들 창고서 '낮잠'…판권 재협상·흥행 불투명 이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보고 싶은 얼굴' 이라는 노랫말처럼 보고 싶은 영화를 모두 볼 수는 없는 걸까. 창고에서 잠자는 1백여편의 수입 외국영화들을 떠올린다.

수입사의 내부사정이나 흥행성, 배급.비디오 출시 등의 이유를 듣노라면 관객들은 억울하기까지 하다.

외환위기 이후엔 이미 들여온 대작을 놓고 전면 재계약 협상. 여기다가 대기업의 영화업 진출로 영화판권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흑자를 꿈꾸기는 더 역부족이다.

그러다보니 극장에 걸리지 못하는 영화는 늘어나는 악순환 굴레를 만들고 있다.

문제는 개봉 이후에야 비디오를 만들어 내놓게 되는 기존 관행이다.

따라서 영화광들은 화제작들을 담은 외국산 비디오나 그 복제본을 구하려 난리를 쳐야한다.

끝내 실패했을 경우의 절망감을 다른 사람들이 알기나 할까. 알 파치노와 조니 뎁 주연의 갱스터 영화 '도니 브래스코' 는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SKC가 영화업 자체를 포기하는 바람에 주인없는 작품으로 전락. 시거니 위버가 마녀로 출연하는 블럭버스터 '백설공주' 를 포함해 모두 18편이 같은 신세인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개봉하려다가 취소한 '엠마' '터뷸런스' 와 존 트래볼타가 천사로 나오는 '마이클' ,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액션물 '캅랜드' 등 화제작들은 현대의 창고에 먼지를 덮어쓰고 있는 경우. 삼성.대우 등 대기업 영화사들도 각각 10~20편씩의 미개봉 외국영화들을 갖고 있다.

드류 배리모어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웨딩 싱어' , 마이클 치미노 감독이 오랫만에 내놓은 야심작 '선 체이서' , 게리 올드먼 주연의 '로스트 인 스페이스' , SF스릴러 '스폰' 등이 이에 속한다.

케빈 클라인 주연의 코미디 '인 앤 아웃' , 니컬러스 케이지와 멕 라이언 주연의 '시티 오브 앤젤' 등은 수입 - 배급 라인이 뒤바뀌는 곡절을 겪어 언제 극장에 올려질 지 난망한 상태다.

모건 프리먼.크리스천 슬레이터가 주연하는 스릴러성 대형재난물 '하드 레인' 은 3백60만 달러에 달하는 당초 수입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재협상중. '정복자 펠레' 등 수작들을 만들었던 빌 어거스트 감독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97년) 도 수입되었다가 가격 문제가 다시 불거져 계약을 취소해버린 케이스다.

보스니아 내전의 참상을 종군기자의 입장에서 보고한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의 '웰컴 투 사라예보' (97년) 등 창고에 대기중인 여러 편의 '인디 작품' 은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더욱 극장에서 만나보기 어려울 것 같다.

채규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