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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양은 한국 미래 버리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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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국의 미래를 이어갈 주인공들을 외국으로 입양시키는 것은 한국 장래를 길 밖으로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지난 6~9일 서울에서 열린 '2004 세계 한민족여성 네트워크'에 참석한 이영주(50)씨. 3년 전부터 덴마크 뉘보르시의 한 야간대학에서 한국인 입양아를 대상으로 한국어 및 한국역사.문화 등을 가르치고 있는 이씨는 "한국이 이제는 '고아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덴마크에 살고 있는 한국인 입양아들 사이에서 '엄마'로 불리는 이씨는 뉘보르시의 한 사립 초등학교 교무주임으로 재직 중이다.

"덴마크인 양부모 중에서 '한국인 창녀가 길에 버린 아이를 샀다'고 말하는 이를 종종 봤습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심한 모욕감을 느끼지요."

이씨는 입양아를 줄이기 위해서는 올바른 성교육과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내 자식은 금쪽같이 여기면서 옆집 아이가 외국으로 입양되는 것에 아무 관심도 없는 한국 엄마들의 '이기적 모성'도 큰 문제"라며 따끔한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씨에 따르면 인구 500만명인 덴마크에 살고 있는 한국인 교민은 150명 정도. 반면 한국인 입양아는 9000여명 으로 요즘도 연간 수백명이 스칸디나비아반도로 입양되고 있다고 한다.

29년 전 펜팔로 사귀던 덴마크인을 찾아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주저앉았다"는 이씨는 결혼 후 딸(27).아들(24)을 키우며 보모로 일하는 틈틈이 공부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정식 교사가 됐다. 그 와중에도 주변의 한국인 입양아를 집 또는 학교로 불러 한국 요리와 문화를 가르치고 전파하는 '무관의 외교관' 역할을 도맡아 왔다.

"외국에 퍼져 있는 입양아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하는 데 한국 정부가 앞장서야 합니다. 연수교육을 실시하고 자격증도 발급하고요."

그는 한국을 방문하는 입양아들에게 공짜 선물을 한아름 안겨 보내기보다는 최소한 6개월이라도 일을 하면서 한국을 알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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